작년 8월16일 오전 레이크사이드CC 동코스 16번홀(파3 · 145m).부동산 개발업체 세미랑의 이정흠 회장(51)이 8번 아이언으로 친 볼(타이틀리스트 프로V1)이 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동반자와 캐디가 이구동성으로 "어,어… 우와" 했다. 볼은 홀 오른쪽 가장자리를 맞고 바로 컵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른바 '슬램덩크 홀인원'이었다. 이 회장은 16번홀 인근에 기념식수를 했는데 홀인원 당시 홀 주변에 생긴 자국을 찍은 사진도 기념비에 새겨넣었다.

이 회장은 가수 남 진씨의 권유로 2000년 골프에 입문했다. 두 사람은 고향 선후배인데 이 회장이 '머리 올린 날'도 남 진씨가 곁에 있었다. 그날 소소한 돈(?)을 잃은 이 회장은 독기를 품었다.

여느 사람처럼 레슨프로에게 지도받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독학으로 해결했다. 연습장에서 다른 사람의 스윙을 어깨 너머로 보고 따라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스스로 스윙 폼이 좋지 않다고 인정한다.

이 회장은 덩치가 큰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자신이 단신이기에 체격이 비슷한 사람 중 볼을 잘 치는 사람 뒤에서 유심히 샷 동작 하나하나를 눈여겨봤다. 연습장에서 100번 휘두르는 것보다 고수의 샷을 몇 번 관찰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특히 볼이 똑바로 나가는 골퍼들의 샷을 보면서 스스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한국경제신문의 골프 레슨도 빠지지 않고 본 게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독학 7개월 만에 80타대에 진입했다.

그는 드라이버샷을 270야드 정도 보내는 장타자다. 그 비결은 볼을 끝까지 보는 것,몸을 최대한 회전하는 것이다. 약간 어퍼스윙인 데다 피니시 동작까지 몸을 많이 회전한다고 해서 지인들이 붙인 별명이 '김봉연 타법'이다. 그는 또 샷을 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스윙을 생각해본다. 이렇게 하면 무리한 스윙이 안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드샷도 그의 장기다. 왼다리를 견고하게 고정시키고 상체를 일으키지 않는 게 우드샷 비결이다. 어프로치샷을 할 때도 왼다리는 가만히 두고 어깨만 활용한다. 그는 퍼트할 때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볼이 홀에 붙도록 거리를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500점인 당구 실력이 퍼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