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부채담보부증권(CDO) 스캔들이 미국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막대한 로비자금이 민주 · 공화 의원들은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도 건네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가 1989년 이후 선거자금으로 총 3160만달러를 정가에 뿌렸다고 20일 보도했다. 이는 AT&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골드만삭스는 로비자금 중 3분의 2를 민주당 의원들의 주머니에 넣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런 선거자금을 '민주당 의원들의 골드만 낙하산'이라고 비아냥거렸다.

WSJ는 또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 골드만삭스에서 약 100만달러를,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당시 대선 후보로서 50만달러에 이르는 후원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어느 누구보다 골드만삭스 돈을 많이 끌어들였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손가락질하지만 골드만삭스 선거자금에서는 피차일반이다. 하원의 공화당 2인자인 에릭 캔터 의원은 1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리처드 셸비 상원 금융위원은 3만5000달러를 챙겼다.

안절부절못하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골드만삭스 기부금을 되돌려주기로 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공화당의 마크 커크 후보는 2만1600달러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직에 도전하는 로버트 돌드 공화당 후보는 7000달러를 골드만삭스에 돌려주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키로 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도 골드만삭스 후원금을 되돌려주라"고 요구했다.

문제가 된 골드만삭스 파생상품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고 반대방향 투자로 10억달러를 벌어들인 존 폴슨도 최근 몇 주간 양당 의원들을 위해 선거자금 모금 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 사건은 전임 정부의 책임론으로도 번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 ABC방송에 출연해 "로버트 루빈과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파생상품 규제에 대해 내게 조언을 잘못해줬고,내가 그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도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내가 임명한 아서 레빗 SEC 위원장이 부시 정부에서 유임됐더라면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