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될 줄 알았는데…중국차ㆍ전기차 '잠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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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불신 높아 韓진출 연기
전기차, 안전문제로 인증 차질
하이브리드카도 판매 저조
전기차, 안전문제로 인증 차질
하이브리드카도 판매 저조
카메라 렌즈 전문업체로 올초 전기차사업 진출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던 삼양옵틱스가 저속형 전기차 사업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베이 둥펑 등 일찌감치 한국 진출을 선언했던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공식 판매시점을 줄줄이 연말께로 늦췄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수요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도 저조한 실적을 면치못하고 있다. 한때 자동차부문에서 각광을 받던 틈새시장 공략이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안심 못시키는 중국차
중국 1위 상용차 업체인 진베이자동차는 올초부터 한국 딜러인 한국금전을 통해 자사 차량의 사전 계약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잠정 연기했다. 진베이 관계자는 "한국 내에 11~15인승 승합차와 7~9인승 미니밴을 싼값에 출시하려고 준비했는데,잠재 구매층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며 "일단 올 9월부터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승용차 브랜드인 '브릴리언스'를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지금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3위 완성차 업체인 둥펑자동차 역시 국내 진출 시기를 올 4분기 이후로 늦췄다. 이 회사는 자회사인 둥펑미니오토를 통해 1t짜리 경트럭과 미니밴,6~9인승 승합차를 국산차보다 최대 30% 싸게 판다는 전략이다. 둥펑 관계사인 DFMK의 이철웅 이사는 "수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는데 중국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선입견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며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AS망을 더 갖춘 뒤 판매망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지리 등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다른 중국차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다른 선진국 수출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안전인증을 받는 첫 단계부터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기준 못맞추는 전기차
저속형 전기차 전문업체인 CT&T는 지난 14일로 예정됐던 신차 '이존'의 판매시기를 약 2주간 늦췄다. 환경부의 안전성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높은 가격이란 게 내부 판단이다. 주행거리가 짧은 납축 배터리를 장착해도 시판가가 1500만원에 달하고 있다.
백인영 CT&T 상무는 "지금까지 2300여 대를 사전계약 방식으로 받았는데 관공서 등이 대부분이고 일반 소비자 계약은 미미하다"며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없을 경우 소비자들은 가격이 높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전기차 '체인지'를 개발한 AD모터스도 상반기 출시계획을 뒤로 미뤘다. 이달 말 환경부에 안전성 시험을 맡기면,빨라야 7월께부터 시판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체인지는 마티즈보다 작은 크기이지만 가격이 두 배인 1800만원 선이다.
삼양옵틱스는 저속형 전기차 판매를 접는 대신 고속형에만 주력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삼양옵틱스 관계자는 "저속형 전기차의 경우 주행거리가 짭고 가격이 비싸며 안전기준을 맞추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속형 전기차를 내놓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성 떨어지는 하이브리드카
친환경차의 대표주자 격이던 하이브리드카는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판매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총 8868대에 그쳤다. 지난 한 달간 팔린 아반떼(8533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아자동차의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매달 200여 대 안팎 팔리고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와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등도 마찬가지다. 판매량이 월 10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는 목적은 높은 연료 효율성인데,그런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내년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 신형 친환경차가 나올 때까지 판매 저조현상이 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보수성이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일본 소비자들이 프리우스와 같은 친환경차를 많이 구입하기까지 10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며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인 만큼 종전과 완전히 다른 제품이 출시됐을 때 상당한 검증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