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2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기존의 주요 7개국(G7)을 성공적으로 대체했다"며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 전 총리는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세계 경제질서 재편과 G2로 부상한 중국'을 주제로 열린 '2010년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서 특별 기조연설을 통해 "G20가 국제금융질서의 새로운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메이저 전 총리는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서 "G20는 G7이나 G8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세계 각국의 협력을 이룰 수 있는 기구"라며 "금융개혁과 경제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에서 더 많은 기여를 이끌어 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오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현재 당면한 이슈에 대해 진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면 더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이저 전 총리는 세계경제 회복 전망과 관련,"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은 부채로 인해 성장이 늦어질 것"이라며 "부(富)는 빠르게 동쪽(아시아)으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성장세가 약하고 인위적"이라며 "소비자와 기업,지방정부의 지출이 늘지 않고 있어 인위적 회복은 한계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지만 성장률은 미미하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메이저 전 총리는 그러나 "EU는 세계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한 · 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에 더 많은 기회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메이저 전 총리는 "보호주의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30년 대공황 당시 국제무역의 3분의 2가 감소한 사실을 상기시킨 뒤 "G20에서 각국에 숨겨진 보호주의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이날 축사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선진국과 신흥 경제국이 힘을 합쳐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공조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바로 G20의 힘"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G20는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새로운 논의 기구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G20가 세계 경제의 지속적이고 균형된 발전을 위해 국제사회의 의견을 모으고 협력을 도출하는 최상위 협의체(Premier Forum)로 자리잡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