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전성시대로군요. 과연 누가 애플의 질주를 막을까요? 간밤에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어닝서프라이즈’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홀리데이시즌(연말성수기)을 제외하면 창사이래 가장 좋은 분기 실적이라고 합니다. 언론에서는 ‘인크레더블’이란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매출은 135억$, 이익은 30억7천만$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49%와 90% 증가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예상은 이랬습니다. 매출은 100억~114억$, 잘하면 125억$을 넘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최대치보다도 10억$을 더 올렸습니다. 이익은 주당 2.06~2.18$, 잘하면 2.5$를 예상했는데 3.33$가 나왔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짐작대로 아이폰입니다. 아이폰은 1분기에 875만대 팔렸습니다. 1년 전보다 131% 늘었습니다. 월스트리트 예상은 700만~800만대였습니다. 매킨토시 컴퓨터는 33% 늘어난 294만대가 팔렸습니다. 아아팟은 아이폰에 수요를 잠식당하고도 1089만대가 팔려 감소율이 1%에 그쳤습니다.

애플의 1분기 실적에는 이달 초 판매가 시작된 아이패드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아이패드는 발매 1주일만에 45만대가 팔려 화제가 됐죠. 게다가 두 달 후면 아이폰 신제품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아이패드에 아이폰 신제품까지. 애플이 이 둘을 앞세워 밀어부치면 어느 누구도 막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를 계기로 신제품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혁명적인 신제품 아이패드를 런칭했는데 고객들이 만족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 몇 가지 더 특별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특별한 제품에는 잡스가 “A+”라고 말했다는 네번째 아이폰(아이폰 4G)도 포함되겠죠.

컨퍼런스콜에서는 몇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아이팟터치를 포함해 아이팟 판매가 1% 줄었다지만 매출은 12% 늘었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아이팟터치 판매가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MP3플레이어 미국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아이팟 독무대’입니다.

음악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앱)을 판매하는 아이튠즈의 1분기 매출은 11억$.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는 40억건을 돌파했고 이달 초 아이패드 발매를 계기로 아이북스가 추가됐습니다. 이제 ‘아이튠즈(음악)+앱스토어(앱)+아이북스(전자책)’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아이폰 평균판매가격(ASP)이 600$이란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전통 휴대폰 메이커들이 가격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ASP가 200$ 아래로 떨어진지 오래 됐죠. 지금은 150$도 밑돌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애플은 600$에 팔면서도 131% 판매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애플은 이동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3G 모델을 4월30일 미국에서 발매합니다. 이어 5월 말에는 영국 등 9개 국가에서 아이패드 판매를 시작하죠. 한국에는 가을쯤 들어오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은 이날 “이제 아이패드 없이는 못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애플 잘나간다는 얘기를 하면 대뜸 “그동안 삼성 LG는 뭐했느냐?”고 묻는 분도 계십니다. 일리 있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삼성 LG도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TV 등 가전제품에서는 독보적이죠. 문제는 애플이 판을 바꿔버린 휴대폰 시장인데 비상이 걸렸을 겁니다.

애플의 1분기 실적을 보고 내린 결론은 “지금은 애플 전성시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반격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역부족입니다. 구글의 움직임도 예전 만큼 매끄럽지 못합니다. 구글 버즈에서 보는 것처럼 “헛빵”을 날리기도 하고 중국 정부와 힘겨운 싸움도 벌여야 합니다.

요즘 정보기술(IT)업계 임원들을 만나면 비슷한 얘기들을 합니다. 우리한테는 근성이 있지 않느냐, 우리처럼 밤샘해서 쫓아가는 민족이 어디 있느냐, 한두 해 밀어붙이면 따라갈 수 있다…. 이런 얘기입니다. 휴대폰 시장의 경우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터라 쉽지는 않겠지만 꼭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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