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차는 중국에서 공개한다. "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23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자동차 전시회 '오토 차이나 2010'에 새로운 전략 차종들을 대거 선보인다. 자국이나 미국에서 신차를 발표하던 관례가 깨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거대 시장인 중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차량들이 늘었다는 것도 이번 전시회의 특징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회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발돋움한 중국의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중국 소비자에 초점을 맞춰야 글로벌 시장 쟁탈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지난해 중국 시장의 자동차 판매규모는 1360만대에 달했다.

◆'최초 공개' 잇따라

현대자동차는 1800㎡(약 545평)의 전시공간을 확보,20대의 완성차와 2종의 엔진을 공개한다. 현대차의 주력 전시 차종은 오토 차이나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베르나' 후속모델이다. 한꺼번에 4대를 전시장에 배치,베르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베르나 신모델이 '중국형 아반떼(현지명 위에둥)'와 함께 현지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국내에 선보인 'K7'과 '스포트지R'를 이번 전시회를 통해 중국에 처음 소개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폭스바겐은 대형 세단 '페이톤' 신모델을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개발 단계부터 중국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BMW도 최근 출시한 '뉴5시리즈'의 롱 휠베이스 버전을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버전에 비해 14㎝ 길어져 실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GM은 차세대 소형 해치백 차량 '시보레 아베오RS 쇼카','시보레 스파크(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등을 내놓는다. 이들 모델 역시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GM의 출품작 중 GM대우가 개발을 주도한 차량은 시보레 스파크 등 3종이다.

◆중국 소비자들 입맛 까다로워져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의 진격도 만만치 않다. 자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6만8100대의 차량을 판매한 BYD는 이번 전시회에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6'를 선보인다. 지난 3월까지의 누계가 지난해보다 163%가량 늘어나는 등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SUV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시회가 중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OTRA는 '중국 자동차 시장 보고서'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이 성능 이상으로 자동차의 디자인을 중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별 기술 격차가 줄면서 구매 결정 요인이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자동변속기,차량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자동 주차 보조시스템 등의 옵션은 필수사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검은색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최근 생겨난 변화로 꼽힌다.

배기량별로는 1600㏄ 이하 차량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중산층이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실용성이 높은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10월 중국에서 판매된 1600㏄ 이하 승용차 판매량은 570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2%가량 늘었다.

베이징=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