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파워-2부 대도약] (4) 내수시장 폭발…테스코ㆍ스타벅스도 "헤비급 씀씀이 공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전ㆍ車 세계 1위 시장
농민도 거침없이 지갑 열고, 명품매장엔 젊은층 '북적'
농민도 거침없이 지갑 열고, 명품매장엔 젊은층 '북적'
지난 17일 오후 상하이의 명동 격인 난징루에 있는 헝룽광창 백화점.루이비통 베르사체 등 명품 매장마다 30~40대 여성 고객 10여명이 옷을 고르고 있었다. 봄옷 한 벌에 중국에서 대졸 초임(3000위안)을 웃도는 5000위안 가격표가 붙어 있지만 지갑을 여는 데 망설이는 기색이 없다. 난징루에서 서쪽으로 30여분 떨어진 구베이 까르푸점.계산대 앞에는 카트마다 물건을 가득 실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다. 연 매출 10억위안이 훌쩍 넘는 까르푸의 아시아 최대 매장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 경제 발전으로 구매력을 가진 소비계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데다 정부의 내수 진작책으로 농민들까지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세탁기 냉장고의 판매량도 미국을 넘어섰다. 테스코 스타벅스 등은 매장을 확대하느라 분주하다.
◆가전도 명품도 세계 1위 시장
허난성의 농촌마을인 중처현에 사는 순옌씨(32)는 최근 5만위안(880만원)짜리 소형차를 구입했다. 그가 지불한 금액은 4만5000여위안.'자동차 하향(下鄕 · 농촌 보급)' 정책 덕분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정책은 농민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구입액의 10%(최대 5000위안)를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제도다. 덕분에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72% 늘어난 461만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자동차뿐 아니라 가전제품 건자재 인터넷 설치 등에도 보조금이 주어진다. 농민들의 구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농산물 수매가 인상,토지 사용권 양도 허용과 같은 조치도 나왔다.
내수 진작책은 중국 소비시장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팔린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1억8500만대에 달했다. 고급 소비재인 LCD(액정표시장치) TV 판매도 올해 4050만대를 기록,북미지역(4010만대)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3억3800만명(지난해 6월 기준)에 달한다. 빈센트 천 CS중국리서치 대표는 "이런 추세라면 미국의 6분의 1 수준인 중국의 소비 규모는 2020년 세계 1위로 올라선다"고 전망했다.
다음 달 1일 개막해 6개월 동안 열리는 상하이엑스포는 중국 내수시장에 또 한번의 자극을 줄 전망이다. "상하이 시정부는 상하이에 호적이 있거나 거류민증이 있는 가정에 엑스포 입장권 1장(160위안)과 200위안의 교통비를 무상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상하이TV) 대상을 약 700만가구로 가정하면 우리 돈으로 5000억원이나 되는 예산이다. 이흥하 대신증권 상하이사무소장은 "엑스포가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최소 1%포인트 이상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다국적 기업 사업 확대
세계 3대 유통업체인 영국 테스코는 2016년까지 중국에 80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본국인 영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할인점을 운영하겠다"(파이낸셜타임스)는 게 회사 방침이다. 테리 리히 회장은 "아시아는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 증가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공략도 강해지고 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최근 "수년 내 중국에 수천개 점포를 내겠다"며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스타벅스의 아시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7위 패션 유통업체인 에스프리도 중국 진출 도시를 지금의 150개에서 450개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중국에서만 10개의 신모델을 내놓고 현지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수 확대는 고성장 지속을 위한 전략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그동안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을 지체하지 말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왕즈셴 중국 상무부 정책실 부주임은 "수출 주도 및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내수 중심의 서비스업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2004년부터 내수 확대 정책을 표방했다. 그러나 강도가 높아진 결정적인 계기는 2008년 금융위기였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중국 경제가 휘둘리자 이 기회에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리다오쿠이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유동성 과잉,보호무역주의,탄소가스 감축 등 3가지 도전을 받고 있었다"며 "올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중국이 기존 발전 방식을 답습해서는 국제사회의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경기 침체와 무역마찰 등으로 수출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최소 8%대의 고도 성장을 유지하게 위해서는 내수 확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소비 대국 부상의 이면에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월급을 몽땅 소비하는 '웨광주'(月光族)가 유행병처럼 번지고,과소비로 카드빚에 의존해 살아가는 20~30대 젊은이가 늘면서 중국 당국이 신용카드 발급 경계령을 내리기도 했다. 중국 인터넷 취업사이트 즈롄자오핀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40%가 신용카드를 이용한 충동구매나 과소비를 절제하지 못해 자신을 '카드 노예'로까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