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논의될 '건전성 규제'는 금융위기 때 직격탄을 맞은 은행들의 자본 및 유동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인 규제 방안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 마련 중이다. 올해 5월까지 은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계량영향평가(QIS)를 실시한 뒤 6월 캐나다 G20 정상회의 때 중간 보고를 거쳐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보통주 중심 자본 규제

초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자본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보통주를 중심으로 자본 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 은행 자본을 △보통주로 이뤄진 자본 △부채성 자본을 뺀 기본자본 △후순위채권과 같은 보완자본 등 3개로 나눠 이들 항목별 자본 인정 기준과 규제 비율을 정하게 된다.

기본자본은 보통주이거나 후순위성이 강하지 않고 보통주 전환 조건이 있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킬 때만 인정받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높일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을 비롯해 우선주 후순위채 등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바젤위는 보통주와 이익잉여금 등 이른바 핵심 자기자본(Core Tier1)으로 새로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키로 했다. 보완자본(Tier2) 역시 발행 당시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로 구성하도록 하는 등 조건이 강화된다. 자산이 자본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레버리지비율 규제도 도입된다.

◆경기순응성 완화

바젤위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은행이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을 국제적 유동성 비율로 제안했다.

LCR는 1개월 이내에 환금할 수 있는 고(高)유동성 자산을 순현금 유출로 나눈 비율로 1을 넘어야 한다. 심각한 위기상황에서도 은행 경영진이나 관련 당국이 조치를 취하는 데 필요한 초기 30일간을 지탱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순현금 유출액은 예금 및 차입금 등 자금조달 항목별로 위기상황에서 빠져나갈 금액과 30일 이내에 만기도래하는 대출의 만기회수 금액 차이로 계산하도록 했다. 고유동성 자산은 현금 및 현금등가물,국채 등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말한다.

NSFR는 이용 가능한 자금 규모를 필요한 자금 규모로 나눈 비율로 역시 1을 초과해야 한다. 1년간의 일반적 위기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가용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으면 대출을 늘리고 경기가 나쁘면 급격히 줄이는 은행들의 이른바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예를 들어 호황기에는 BIS 비율 10%를 요구하고 불황기에는 6%를 요구하는 식이다.

◆국내 영향은 크지 않을 듯

자본 적정성 규제 강화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선진국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의 기본자본 비율이 작년 말 기준 10.93%에 달하는 데다 기본자본의 90% 이상이 보통주다.

레버리지 비율 규제는 주택저당대출담보부증권(MBS) 자산유동화증권(ABS)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유동화증권 투자 비중이 높은 은행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데 국내 은행은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당장 부담이 크지 않다. 다만 은행들의 과도한 자산 확대 경쟁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자기자본에 비해 과도하게 대출을 하는 등 적정 수준 이상으로 자산을 키우면 규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유동성 비율 규제는 소매 및 중소기업 예금과 대출 비중이 높은 국내 은행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기순응성 완화 방안은 은행의 자본 적립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