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21일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한은 본점에서 경제 전문가들과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년에는 국제 유가가 2008년 초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8년 1월 배럴당 80달러대에서 2월 90달러대로 상승했으며 4월엔 100달러를 넘어섰다.

김 총재는 "유가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수요자 입장에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라며 "물가를 억지로 누를 수는 없겠지만 사전에 국가적으로나 업계 자체적으로 준비할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진경제는 아직 아니지만 신흥경제 물가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 총재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1일 취임 후 지금까지 경제 회복과 고용 증대 등을 중시하는 발언을 주로 해 왔다. 이 때문에 상당기간 연 2.0%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김 총재가 이번에 물가를 언급함에 따라 시장에서 추측하고 있는 시점보다 더 빨리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로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치솟자 8월 기준금리를 연 5.0%에서 연 5.25%로 올린 바 있다.

한은 관계자들은 김 총재의 발언에 대해 기업들에 원가 상승에 대비하라고 촉구하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가 최근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해 어느 정도 상쇄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제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에 머물고 있다. 김 총재는 또 금리정책은 경제 전 분야에 걸쳐 파급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정책을 바꿀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수개월 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우리 경제가 작년 2분기 이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민간주택 미분양 등으로 건설경기가 부진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간담회엔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정부균 국제금융센터 소장,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장,박우규 SK경영경제연구소장,김종석 홍익대 교수,박원암 홍익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