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려면 비워야한다"…롯데백화점 워크숍의 진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템플스테이ㆍ꽃놀이…평일 개최
"엎드린 다음엔 발끝을 세우시라니까요. 두 손은 하늘을 향해 올리시고.빨리하는 것보다 정확한 게 중요합니다. "
지난 20일 강원도 인제군에 자리잡은 백담사 만해교육관.삼조 주지스님의 불호령에 머리 희끗한 150여명이 일제히 엎드리고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108번의 절하기'는 이들이 토해내는 숨소리로 교육장 내부가 가득찰 무렵에야 끝났다.
이날 '108배 수행'을 한 이들은 롯데백화점의 팀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이철우 사장을 비롯해 본사 간부와 전국 26개 점장 등 수뇌부 전원이 1박2일로 열린 워크숍 차원에서 백담사에 총출동한 것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간부 워크숍을 평일에 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회사 안팎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끝장 토론'도 아니다. 이들은 워크숍 첫날을 108배 수행과 발우공양(鉢盂供養 · 스님들의 식사법) 체험을 하는 등 '템플스테이'로 보냈다. 둘째날 일정도 통일전망대 관람과 소양강댐 인근의 꽃길을 걷는 것이 전부였다.
이 백화점이 1~2년 만에 한 번씩 여는 간부 워크숍을 이처럼 파격적으로 꾸민 이유는 뭘까. 이 사장은 "채우려면 비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금처럼 간부들의 머릿속이 꽉 찬 상태에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워크숍을 통해 간부들에게 또 다른 '숙제'를 안기는 것보다는 산사 체험과 '꽃놀이'를 통해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비우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업무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사장은 "워크숍도 업무의 일환이란 점에서 평일에 개최한 것"이라며 "회의와 토론은 매일 사무실에서 하는 만큼 별도로 '야외 토론회'까지 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은 상품이 아닌 문화를 파는 곳"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간부들부터 산사체험 같은 특별한 경험을 쌓아야 하며 꽃을 보면서 시 한수를 떠올릴 수 있는 인문학적인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제(강원)=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