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세계경제 패러다임 변화 및 출구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패권의 무게중심이 신흥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도 이견이 없었다. 특히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한국이 아시아 국가의 발전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했다.

김기환 서울 파이낸셜포럼 회장이 사회를 봤으며 프랭크 리히터 미래경영전략연구소 회장,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회장,마누 바스카란 센테니얼그룹 이사,백성기 포스텍 총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한국, 환경 친화적 모델 발굴

리히터 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의 아이콘이었지만 지금은 삼성과 LG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경제 발전 초기에 중국 진출을 확대하는 선견지명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방에서 동방세계로 힘의 균형이 넘어가고 있으며 한국이 아시아 경제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리히터 회장은 "한국이 연구 · 개발(R&D) 능력을 키워서 첨단기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더욱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갈 수 있다"며 "한국의 첨단기술이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스카란 이사는 미국의 제조업이 다시 부흥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는 강력한 구조조정에 힘입어 생산성이 급등하고 노동 단가도 낮아지고 있다"며 "유가 급등,중국과 인도의 인건비 상승 등이 이어지면 오히려 미국 안에서 제조업에 대한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스카란 이사는 한국 경제가 녹색성장을 핵심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대부분 국가들이 내수 진작을 강조하며 관광산업과 같은 서비스업을 키우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서비스업과 함께 환경친화적인 경제 모델을 발굴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방법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빈곤 · 기후 문제는 범세계가 해결해야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모비우스 회장은 '내수 진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아시아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수출이지만 유럽 미국과 같은 세계 소비시장의 경제 회복이 불확실해지면서 아시아 지역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것.그는 "지속적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으려면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개발전략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고 그 대안은 내수 진작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자본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회장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발전의 상당부분을 선진국의 금융회사에 의존해 왔다"며 "최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 권역의 독립적인 파이낸싱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 패권의 무게중심은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지만 빈곤,기후,에너지 등의 문제는 범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백 총장은 "인터넷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방면에서 지역 간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며 "중국의 황사가 아시아 지역의 환경문제로 확대되고,아이슬란드의 화산재가 유럽 전체의 경제를 마비시키듯 이젠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줄어들고 있다"며 "그린에너지,담수 기술과 같은 미래 과학과 관련해서 국가 간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글로벌 경제 회복이 또 다른 버블경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바스카란 이사는 "아시아 국가의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또 다른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며 "지금 긴축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경기가 과열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신영/강경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