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세계 경제 · 금융컨퍼런스' 둘째날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주윈라이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회장이었다. 참가자들이 주 회장의 강연을 경청하는 것은 물론 주 회장과 명함을 교환하기 위해 연단 근처에서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가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때는 다른 세션보다 훨씬 많은 청중이 몰렸다. 그가 토론자로 참여한 세션에서는 그에게 질문이 집중되기도 했다.

1995년 설립된 CICC는 중국에서 가장 큰 투자은행(IB)이다. 중국 국부펀드(CIC)가 투자한 회사로 위안화 절상과 중국 성장률 등에 관한 보고서를 수시로 내며,이때마다 중국 증시가 들썩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CICC를 이끄는 주 회장은 중국에서도 상당한 거물로 꼽힌다. 능력도 탁월하지만 주룽지 전 중국 총리의 아들이라는 가정 배경 영향이 크다. 중국 당 · 정 · 군 · 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를 일컫는 '태자당(太子黨)'에서도 핵심에 속한다.

주 회장은 젊은 시절 기상학을 전공했다. 1994년에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기상물리학 박사를 따기도 했다. 이후 금융 전문가로 항로를 틀어 시카고 드폴대 회계학 석사과정에 입학했고,1996년 크레디트스위스 뉴욕지점에서 투자 컨설턴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1998년 CICC에 입사해 홍콩에서 근무하다 '주룽지 사단'의 핵심 멤버로 꼽히는 왕치산 베이징시장의 도움을 얻어 CICC의 CEO로 발탁됐다. 지난 19일 인천공항에 가벼운 점퍼 차림으로 혼자 입국하는 바람에 관계자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소박한 성품이지만,판단력이 뛰어나고 추진력이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금융권 참가자들은 주 회장과의 면담 기회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대부분 중국 진출에 관해 상담하거나 위안화 환율과 중국의 개방정책을 듣기 위해서였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20일 컨퍼런스장에서 그를 만나 오는 6월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최현만 미래에셋 부회장은 21일 두 번째 세션이 끝난 후 행사장인 그랜드볼룸 맞은편 VIP미팅 룸에서 주 회장,에드워드 프레스콧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와 담소를 나눴다. 변재상 미래에셋 상무는 "주 회장의 강연은 앞으로 중국의 개방 속도와 경제 방향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이상은/이유정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