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은행세 도입보다 상업-투자銀 업무 분리가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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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와 금융시장의 새 질서
프레스콧 교수 기조연설
프레스콧 교수 기조연설
"정부의 지나친 규제는 시장의 혁신을 저해할 뿐이다. "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 교수(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한국경제TV 주최로 21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0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의 경기 위축은 기업들이 미래 세율 인상을 예상해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해 상업은행이 자금 중개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 위축은 세율 인상 때문
프레스콧 교수는 현재 미국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은 금융이 아닌 실물 부문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금리로 돈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가계나 기업들은 앞으로의 세율 인상 등을 우려해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있다"며 "실제 지난해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연구개발(R&D) 투자나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또 "사실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현 GDP 산출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며 "R&D 투자액은 대부분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기 불황 때 이 분야에 대한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인구의 약 62%가 고용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난 4~5개월간 실업률 자체는 계속 하락하고 있으나 대부분 임시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 업무 분리해야
프레스콧 교수는 은행들의 만기 불일치에 따른 유동성 위기나 파산 위험 등을 막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100%로 높이는 등 극단적인 방식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 업무 영역은 명확하게 분리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경제학자는 모든 은행들이 지급준비율을 10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일단 상업은행에 대해서라도 100% 지급준비율 제도를 우선 시행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00%로 올리게 되면 현금은 중앙은행만이 발행할 수 있게 돼 유동성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해진다"며 "은행들이 망할 위험성도 사라지고 인플레이션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저축이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은행 등을 통한 타인자본이 아닌 은행 외 금융회사의 자기자본 투자가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며 "현재 총투자의 25%가 은행 차입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이 부분이 뮤추얼 펀드,벤처캐피털,리츠,신탁,헤지펀드 등 자기자본(간접투자 포함)으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오히려 위기만 키워
프레스콧 교수는 "1929년 당시 작은 경기 침체가 왜 대공황으로 이어졌는지 꼼꼼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당시 후버 대통령이 이민 금지,세금 인상 등 반시장적인 정책을 취한 것이 결국 위기를 키웠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반 이민(Anti immigration),반 세계화(Anti globalization),세금 인상(Pro tax increase),큰 정부(Pro White House managing the economy),불량 기업 구제(Pro bail-out of businesses),친 카르텔(Pro cartelization) 등으로 1929~1932년 당시와 꼭 닮아 있다"고 진단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물론 이제는 지식에 기반한 경제 구조로 탈바꿈해 위기가 과거처럼 증폭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1990년대 겪은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 침체로 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이와 함께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1989년 저축대부조합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모두 정부가 저소득층이 무리한 차입을 통해 주택을 살 수 있도록 보조해줬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둘 다 정치인들이 인기를 얻기 위해 시장을 왜곡시킨 본보기"라고 비판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이 밖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은행세 부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국과 EU가 금융규제를 강화할 경우 서울과 싱가포르,홍콩 등 경쟁국가들이 반사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금융서비스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보다 상업은행의 영역을 좁히고 투명한 금융 체계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호기/심성미 기자 hglee@hankyung.com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 교수(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한국경제TV 주최로 21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0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의 경기 위축은 기업들이 미래 세율 인상을 예상해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해 상업은행이 자금 중개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 위축은 세율 인상 때문
프레스콧 교수는 현재 미국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은 금융이 아닌 실물 부문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금리로 돈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가계나 기업들은 앞으로의 세율 인상 등을 우려해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있다"며 "실제 지난해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연구개발(R&D) 투자나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또 "사실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현 GDP 산출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며 "R&D 투자액은 대부분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기 불황 때 이 분야에 대한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인구의 약 62%가 고용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난 4~5개월간 실업률 자체는 계속 하락하고 있으나 대부분 임시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 업무 분리해야
프레스콧 교수는 은행들의 만기 불일치에 따른 유동성 위기나 파산 위험 등을 막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100%로 높이는 등 극단적인 방식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 업무 영역은 명확하게 분리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경제학자는 모든 은행들이 지급준비율을 10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일단 상업은행에 대해서라도 100% 지급준비율 제도를 우선 시행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00%로 올리게 되면 현금은 중앙은행만이 발행할 수 있게 돼 유동성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해진다"며 "은행들이 망할 위험성도 사라지고 인플레이션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저축이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은행 등을 통한 타인자본이 아닌 은행 외 금융회사의 자기자본 투자가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며 "현재 총투자의 25%가 은행 차입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이 부분이 뮤추얼 펀드,벤처캐피털,리츠,신탁,헤지펀드 등 자기자본(간접투자 포함)으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오히려 위기만 키워
프레스콧 교수는 "1929년 당시 작은 경기 침체가 왜 대공황으로 이어졌는지 꼼꼼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당시 후버 대통령이 이민 금지,세금 인상 등 반시장적인 정책을 취한 것이 결국 위기를 키웠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반 이민(Anti immigration),반 세계화(Anti globalization),세금 인상(Pro tax increase),큰 정부(Pro White House managing the economy),불량 기업 구제(Pro bail-out of businesses),친 카르텔(Pro cartelization) 등으로 1929~1932년 당시와 꼭 닮아 있다"고 진단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물론 이제는 지식에 기반한 경제 구조로 탈바꿈해 위기가 과거처럼 증폭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1990년대 겪은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 침체로 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이와 함께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1989년 저축대부조합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모두 정부가 저소득층이 무리한 차입을 통해 주택을 살 수 있도록 보조해줬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둘 다 정치인들이 인기를 얻기 위해 시장을 왜곡시킨 본보기"라고 비판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이 밖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은행세 부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국과 EU가 금융규제를 강화할 경우 서울과 싱가포르,홍콩 등 경쟁국가들이 반사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금융서비스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보다 상업은행의 영역을 좁히고 투명한 금융 체계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호기/심성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