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간 매매 계약서 한장도 못 썼어요"…거래 실종에 중개업소 휴업 속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복지센터 내 Y공인중개사무소.인근 공인중개업소 중 계약을 많이 체결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지난 2개월 동안 매매 거래를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송파구 잠실 5단지 중앙상가 내 P공인중개사무소도 "4월 들어 매매계약을 1건밖에 체결하지 못했다"며 "4000채가량인 잠실 5단지 전체의 거래는 급매물만 4건이었다"고 한숨 지었다. 송파구청 지적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940건에 달했던 잠실동 아파트 거래량은 올 들어 21일 현재까지 34건에 그쳤다. 20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박모 P공인 대표는 "외환위기 때보다도 거래가 안된다"며 "최근 잠실동에서만 30개 안팎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보다 심한 불황

부동산 거래가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 1월 이사철을 앞둔 기대 심리로 반짝 거래됐다가 지난달부터는 매수세가 부쩍 약해졌다. 수요 실종으로 싼 값에 내놓더라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매물도 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거래 부진이 이어지면서 개점 휴업 상태인 공인중개업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로 안전진단을 조건부 통과한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4건이 거래됐을 뿐이다. 양우철 삼일공인중개 대표는 "4월에는 한 건도 거래가 없었다"며 "매도호가가 1억원가량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재건축 예정인 개포주공 인근의 채은희 공인중개사는 "5000채를 넘는 대단지여서 많을 때는 월 60건이 거래됐는데 지난달엔 5건 정도 매매된 것으로 들었다"며 "금융위기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거래 부진은 강북 및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인근의 최진실 공인중개사는 "2006년 말 최고 3.3㎡당 2500만원까지 갔던 가격이 최근 2000만원까지 떨어졌는데도 문의전화조차 없다"고 밝혔다.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권오덕 강남공인중개 대표는 "고객들에게 요지에 싸게 나온 물건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먹혀들지 않는다"며 "부동산 시장 자체가 거래를 외면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금자리 · DTI 등으로 매수 심리 '꽁꽁'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실종된 것은 매수세가 급격하게 위축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정부가 서울 주변 요지에서 아파트를 싸게 공급하는 내용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시행하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매수 대기자들까지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기존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거래도 더욱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전반에 퍼진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며 매수 기반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시장 규제책도 거래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송파구 가락동 고승균 스타경성공인중개 대표는 "집을 사러 왔다가도 금융사들로부터 대출이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에는 약간의 가수요가 있어야 거래가 활발해지는데 지금은 모두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 경색이 지속되면 경제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존 집이 팔리지 않으면 분양받은 아파트 잔금 지급 및 입주가 불가능해지고, 이는 건설업계의 자금 부담으로 전이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 실종 상태가 5~6개월 지속되면 건설사들의 줄도산과 공인중개업소 폐업 속출은 물론 가계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숨통을 틔워주는 거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