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서울시장 출마기자회견은 사실상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추대식 분위기였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 송영길 김진표 박주선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이해찬 전 총리 등 당내외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한 전 총리를 전략공천하려는 지도부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듯했다.

한 전 총리는 출마선언을 통해 "이명박 오세훈 시장 8년 동안 서울은 부서지고 개발됐다. 겉은 화려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쫓기고 건물만 들어섰다"며 사람 중심의 서울을 기치로 내걸었다. 한 전 총리는 "서울의 빚은 6조원에서 18조원으로 늘고 가든파이브 한강르네상스는 6000억원짜리 조경사업으로 전락했다"며 "이제 서울의 진정한 변화,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까지 일자리 복지 교육 등 사람을 위한 예산을 현재 39%(6조5000억원)에서 52%(10조원)로 늘리고 △영아부터 유아까지 무상교육 보급률을 80%로 확대하는 한편 △초 · 중등 친환경 무상급식 의무화 및 방과 후 교육 확대 △일자리 부시장 및 시장 직속 일자리본부 설치 △연봉 2000만원대의 좋은 일자리 40만개 창출 △1조원의 희망벤처펀드 조성 등을 약속했다.

정 대표는 축사를 통해 "한 전 총리야말로 최선의 카드이면서 서울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이제 우리가 함께 승리해야 한다"며 추대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이날 TV토론회 등을 생략한 채 23,24일 후보등록 후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를 결정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22일 최고위원회 의결이 변수지만 사실상 모양새만 바꾼 '추대'라는 지적이다. 김성순 이계안 후보 측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김 후보는 "토론회조차 없는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후보등록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측도 "당에서 나서지 않아 TV토론을 위해 방송 3사의 내부 승낙까지 받아놨는데 이마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추대하자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경선을 요구해온 당내 쇄신모임 등 비주류 의원들도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형호/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