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띵하더니 언젠가부터 가슴이 무겁게 눌리는 듯한 통증이 생겼고 소화도 안돼 항상 체한 것 같더라고요. 내과에서 이것저것 검사해봐도 이상이 없다고 나오고…." 우울증으로 판정받아 통증까지 경험한 40대 후반의 주부 김재은씨 얘기다.

우울증은 삶의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소화불량이나 두통,근육통과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의학저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10명 중 7명은 신체의 일부나 근육 등에 불편한 증상을 느낀다. 2006년 아시아 6개국 909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0명 중 5명은 신체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우울증으로 인한 각종 신체증상과 통증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우울증은 뇌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감소해 발생한다. 이들 물질은 통증을 신경에서 뇌로 전달되는 경로에도 관여해 통증 억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태학적으로 우울증의 상당수는 통증을 동반하게 돼 있는 것이다. 더욱이 우울증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통증에 더 예민한 인지력을 갖고 있다.

다양한 우울증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한국릴리의 '심발타'(성분명 둘록세틴)는 우울증의 기분증상(우울과 불안) 개선과 더불어 통증억제 효과까지 겸비한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2004년 미국 타임지(誌)가 뽑은 '7대 명약' 중 하나로 선정됐고 우울증 치료제로는 유일하게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통증'에 대한 치료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이 약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수용체에서 재흡수(고갈)되는 것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체내 농도를 높이는 SNRI(선택적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계열이다. 그 중에서도 이들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친화력이 비슷해 우울증의 기분증상과 이에 동반되는 신체 통증을 모두 개선시킨다. 또 심혈관계에 대한 안전성도 입증돼 기존 SNRI계열 치료제가 가졌던 단점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발타는 당뇨병 환자의 10~20%에서 발생하는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통증에도 효과적이다. 이 질환은 지속적으로 손발이 저리고 심한 경우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약은 이 같은 통증과 이로 인한 기분저하나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복용의 편리성에서도 우수하다. 기존 SNRI 계열의 항우울제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친화력이 달라 적은 분량(75~150㎎)을 투여할 경우 세로토닌만 활성화되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초기 복용 시 저용량에서 시작해 점차 용량을 늘려가며 환자에게 적합한 용량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심발타는 1일 1회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할 수 있다. 또 하루에 2~3번 투여해야 했던 기존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통증 치료제와 달리 1일 1회 투약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약제 대비 1일 투약비용이 40~50%에 불과해 장기 치료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전덕인 한림대 성심병원(안양)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