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코스닥기업 올리브나인의 거래를 정지시킨 뒤 100일 넘게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상장폐지 결정을 미루면서 진행상황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올리브나인 소액주주라고 밝힌 투자자 정 모씨는 21일 본지로 전화를 걸어 분통부터 터트렸다.올리브나인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거래소 상장위원회가 언제 열렸는지,결론은 어떻게 났는지 문의하는 전화였다.정씨뿐 아니다.올리브나인이 어떻게 되는 지 알려달라는 투자자들의 전화는 며칠 전부터 계속 이어졌다.

사정은 이렇다.대주주가 횡령·배임혐의로 기소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올리브나인은 지난 1월11일 거래정지됐다.그러면서도 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을 계속 미루다 70일이 지난 지난달 23일 상장위원회를 열어 올리브나인 상장폐지 안건을 다뤘다.하지만 결론은 ‘유보’였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40조는 상장위원회가 열린 뒤 3일 안에 상장 유지 여부를 반드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상장 유지도,퇴출도 아닌 규정에 없는 ‘유보’ 조치를 내린 것이다.거래소는 상장위원회의 유보 결정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정리매매 기회라도 주어질까 고대하던 투자자들은 속을 끓여야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리브나인은)최대주주가 바뀌고 각종 소송도 얽혀 있어 판단하기 곤란하다”며 “상장위원회 위원들이 때가 되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 회사 중 경영진이 바뀌지 않거나 소송에 걸리지 않은 회사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올리브나인은 지난달 31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지만 재감사를 거쳐 이달 12일 ‘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는 확인서를 거래소에 냈다.거래소는 이를 공시하면서 앞으로 상장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란 점만 알렸다.지난달 23일 상장위원회가 유보 결정한 데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투자자들은 퇴출대상 기업보다 퇴출 판정을 미루고 이를 알리지 않는 거래소에 더 의구심을 갖고 있다.때문에 거래소에는 소액주주들의 항의방문이 끊이지 않는다.100일이 넘도록 퇴출 여부를 몰라 투자자들이 속을 태우는 상황은 거래소가 강조하는 투자자 보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강현우 증권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