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집이 철거된 땅과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수용토지의 재산세 부담이 절반 이하로 크게 줄어든다.

행정안전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7월과 9월 재산세 과세분부터 적용된다. 시행령이 도입되면 전국의 모든 재개발 나대지들이 혜택을 받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으로 집이 헐려 빈 땅으로 남아있는 나대지는 건물착공 전이라도 철거(멸실) 후 3년 동안 종전주택 기준으로 세부담 상한선(전년의 150%)이 적용돼 재산세가 급격하게 늘지 않는다. 연차별 누진율도 현행 연간 1.5배에서 1.3배로 낮아진다. 지금까진 재개발 주택 철거 후부터 건물 착공 전까지 나대지로 있을 경우 높은 세금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재산세 부담이 전년대비 2배 정도 늘어나는 일시적 나대지가 서울에서만 작년말 기준 재개발 중인 7만9000여 필지 중 4만8000여 필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현행 기준대로라면 주택분 재산세가 5만원(공시가격 1억100만원)인 주택이 재개발로 철거돼 나대지(건물 미착공)로 변하면 토지분(공시가 1억1600만원) 재산세로 15만7000원을 내야 했다. 또 연차별 누진율 150%가 적용돼 철거 2년차에 21만9000원,3년차에는 23만원이 부과됐다.

반면 개정안을 적용하면 1년차에 7만5000원,2년차 9만8000원,3년차에는 12만7000원만 내면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철거 후 착공까지 2~3년이 걸리기도 하는 재개발사업의 특성과 국민 불편 등을 감안해 법령을 바꾸기로 했다"며 "세부담 증가를 피하기 위해 재개발 주택 철거가 지연될 경우 부산 김길태 사건처럼 빈 집이 우범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9월 신영섭 서울 마포구청장(사진)의 법령개정 요구를 행안부가 전격 수용한 것이다. 신 구청장은 당시 "재개발로 집이 헐린 땅(나대지)의 재산세가 헐리기 전보다 2배 이상 올라 서민들이 너무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고 지적하고 법개정을 촉구했었다. 구청 직원들이 지난해 토지분 재산세(9월 납부)를 산정 · 부과하는 과정에서 재산세가 주택 철거 전보다 최고 2.4배나 오른다는 사실을 발견,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하자 직접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신 구청장은 "이번 문제는 마포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거나 추진 예정인 전국 모든 지역의 공통된 문제여서 자칫 사회문제로 번질 우려마저 있었다"며 "재개발사업 구역 내 일시적 나대지 소유자들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금자리주택이나 신도시 개발 등으로 수용되는 농지 · 임야도 토지수용일(보상금 수령일) 전까지 계속 분리과세 대상으로 간주해 세부담을 낮추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지난해 재산세가 25만원이던 하남 미사지구(보금자리주택지구)내 땅(2169㎡)을 예로 들면 올해 재산세로 230만1000원을 내야하지만 개정안에선 36만1000원만 내면 된다. 종합합산 과세대상 기준인 건물시가표준액(토지가격 대비 건물가격) 비율도 현행 3%에서 2%로 낮추고,건축물 바닥면적은 비율에 관계없이 별도합산 대상(부속토지)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