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절상(切上 · 환율 하락) 문제가 21일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서도 최대 이슈였다. 주윈라이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회장은 "위안화 절상 여부는 중국 정부의 고유 권한이며 절상하더라도 외부요인이 아닌 내부압력 때문일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최근 미국이 대규모 무역 적자 해결을 위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고 있는 것에 대한 반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경제학자들도 위안화 절상 여부는 중국 경제의 사정에 따라 중국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고유 권한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국제환율의 안정성과 각국 통화정책 결정의 자율성 사이에서 후자의 손을 들어준 것.급속한 경제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지금 같은 입장이 적절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주 회장은 이날 "경제나 교역이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위안화 절상이 이뤄져서는 안되며 위안화 환율은 시장 수급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으로서 효율적인 금융정책을 세우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또 중국의 환율 정책과 세계 경제회복의 상충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묻는 김인준 서울대 교수의 질문에 "주요 국가들이 통화량을 늘리면서 실질적인 통화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는 알지만 위안화 문제는 중국 내부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중국의 환율 주권에 대한 주장은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한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동조를 얻는 분위기였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전날 열린 세계 경제 · 금융컨퍼런스의 만찬 기조연설에서 "유럽과 미국이 무역적자 해결책으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언급하고 있는데 위안화는 이미 최근 몇 년간 조금씩 절상돼 왔다"며 "중국이 미국의 요구 수준만큼 절상한다 하더라도 이는 인플레이션과 같은 자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할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의 인위적인 압력이 큰 효과를 못볼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도 메이저 전 총리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외부 사람들이 한 나라의 환율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중국 또한 그런 얘기를 듣지 않을 것이며 중국 내부의 경제가 과열 현상이 이어진다고 판단할 때 위안화가 절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 회장은 절상화의 권한은 중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그동안 중국이 보인 노력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중국이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바탕에는 1994년 고정환율제를 실시한 통화개혁과 2005년 바스켓변동환율제로 전환한 개혁조치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제의 흐름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려는 자구적인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글로벌 경제 흐름이나 각국 경제와 환율이 불확실해 확답을 내릴수는 없는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 운용 실태를 살펴보면 미국 장기 국채 위주였던 금융위기 이전과 달리 좀더 유연하게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중국의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