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 도전 후 가수로 데뷔

"길학미(21) 외모를 딱 보면 노래 잘 부르게 생기지 않았어요?"

음악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서 심사위원이었던 이승철은 당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랩과 보컬 실력을 갖춘 도전자 길학미를 첫손에 꼽은 것이다.

'슈퍼스타 K'에서 3위에 그친 길학미가 바비킴이 소속된 오스카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최근 데뷔 미니음반 '슈퍼 솔(Super Soul)'을 발표했다.

영국의 휴대전화 외판원에서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가 된 폴 포츠, 평범한 중년 여성에서 유명 가수가 된 수전 보일처럼 길학미도 불과 1년 전까지 화장품점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했다.

그는 서울 예선 당시 화장품 판매점 유니폼을 입고 노래해 눈길을 끌었고, 본선 때는 어려운 가정 형편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3-4살때 부모님 이혼으로 아버지, 오빠와 고교시절까지 지하 단칸방에서 함께 살았어요.

사춘기 시절에는 서럽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20살쯤 되니 여자로서 서러운 경험이었더군요.

2년제 미용고를 졸업하고 미용실 아르바이트, 빵집, 공장, 콜센터 등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
그러나 '슈퍼스타 K' 도전 이후 6개월 만에 인생이 바뀌었다.

로또를 즐기는 그의 아버지는 '인생의 로또'를 잡았다고 했다.

친지들도 인생역전이라고 거들었다.

"사실 '슈퍼스타 K' 오디션을 안 보려고 했어요.

그 전에도 노래 연습하면서 기획사 오디션을 봤는데 외모때문에 떨어지곤 했거든요.

'1등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외모만 볼 것이다'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친구들이 지원하기에 따라갔는데 인생에서 기적이 일어난거죠."
솔직히 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 우승을 못한 것은 여전히 아쉽다.

그는 "상금을 받으면 전셋집 대출금을 갚으려고 했다"고 웃었다.

첫 음반을 만드는 과정은 어려웠다.

연습생 시절을 거치지 않고 햇병아리가 바로 스튜디오 마이크 앞에 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소속사에 들어가 바로 녹음을 시도했는데 1곡을 3일이나 녹음했다"며 "그래서 다시 보컬과 댄스 트레이닝을 받았다.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받아들여야 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빠르게 내 자리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음반 재킷에서 길학미는 바비인형으로 변신해 건장한 흑인 남성들과 어우러졌다.

흑인음악에 대한 그의 동경과 지향점을 이미지로 드러낸 것이다.

수록곡들은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힙합, 팝, 하우스 등 여러 장르를 오갔다.

그는 보컬과 랩을 모두 소화했다.

노랫말은 꿈을 이룬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다.

힙합 비트의 팝인 타이틀곡 '슈퍼 솔'은 꿈을 향해 운명의 벽을 넘겠다는 '오뚝이 정신'이 노랫말에 담겼다.

셔플 리듬의 곡 '스탠드 바이(Stand by)'도 이제 무대에 서서 스탠드 바이를 한다는 내용, 비트를 잘게 쪼개 리듬을 탈 수 있는 '드림(Dream)'도 나처럼 꿈을 이뤄보라는 가사다.

바비킴이 피처링한 '붐 붐 붐(Boom Boom Boom)'은 길학미의 음반을 '붐 업'시켜보자는 의미라고.
길학미는 자신이 도전했던 것처럼 '슈퍼스타K 2'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도 꿈이 있다면 그저 꿈으로만 그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인생의 기회를 잡으세요.

저도 '슈퍼스타 K'에 도전하기 전에는 슬럼프에 빠지는 걸 반복했죠. 1년 전만해도 '가수를 할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저는 영화처럼 가수가 돼 있어요.

질투가 날 만큼 뻔한 해피엔딩 영화 속 주인공처럼요.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