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과 에어버스는 1990년대 중반 제품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달리 가정했다. 에어버스는 '비행기 시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비용'이라는 가정 아래 향후 대형 허브가 될 공항들이 비행기 수용능력을 극대화해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이 대형 항공기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최대 800명까지 탑승하는 초대형 여객기 'A380'을 개발했다.

반면 보잉은 '시간'이라는 요소에 집중했다. '미래에는 작고 빠른 비행기가 경쟁우위를 안겨줄 것'이라며 공항 간 고속 논스톱 비행이 가능한 '소닉 크루저' 개발에 나섰던 것.하지만 보잉의 가정은 오류로 판명났다. 결국 보잉은 2003년 말 미래 예측을 수정해 연료 소비의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프리즘:미래를 읽는 5가지 안경》은 미래경영의 세계적인 대가이자 독일 '퓨처매니지먼트그룹(FMG)' 이사인 페로 미킥이 미래 예측의 도구와 미래경영 전략을 소개한 책.미래를 예측하려면 우선 현재의 징후와 경험을 바탕으로 개연성 있는 미래를 가정('푸른 안경')하고,상상력과 창조성을 보태 목표로 삼을 만한 복수의 미래를 심사숙고('초록 안경')한다. 보잉의 실패 사례는 미래를 가정하는 '푸른 안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가정의 정확도가 낮았기 때문에 빚어졌다.

다음에는 구체적인 비전을 선택('노란 안경')하고,발생할지 모를 갖가지 위험과 돌발상황을 염두('붉은 안경')에 둔다. 마지막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움직이는 전략과 과정을 수립 · 실행('보라색 안경')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