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은행에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설렌다. " "그룹 회장이 최근 5년간 재무제표를 분석해 문제점과 개선대책을 보고하라고 했는데 기업분석 · 심사 업무 경험을 살려 보고서를 작성해 합격점을 받았다. " "명퇴 지점장 전직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혼자 직장을 알아보느라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

22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5층 회의실.명예퇴직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 고참 직원 41명이 모여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들어서자 한 50대 지점장이 "우리들 41명의 마음을 담은 꽃입니다"라며 분홍 장미꽃 바구니를 건넸다. 우리은행이 올해 도입한 '명퇴 지점장 재취업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에 재취업한 지점장들과 이 행장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이 프로젝트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은행이 거래하고 있는 기업으로 전직할 수 있도록 돕고 취업이 성사되면 2년간 월급 중 절반을 은행이 지원하는 제도다. 퇴직 지점장들은 직장을 구해서 좋고 기업들은 은행원들이 갖고 있는 기업 분석 능력 등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퇴직 대상 74명 중 41명은 전직이 확정됐다. 3~4명은 진행 중이다.

이 행장은 간담회 전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며 "모두들 표정이 밝고 악수하는 손에서 강한 힘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기업들에도 은행과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받는 것이라면 사절하겠다고 말했다"며 "기업체 사장이 할 수 없는 여러 일들을 해주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기업을 성장시키고 새로운 인생도 성공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후배들도 여러분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재취업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우리은행 출신 지점장을 고용하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라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며 "후배들에게도 50~60대 은행원 재취업의 롤모델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우리은행은 이들 재취업 지점장들에게 취직 후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생산성본부에 위탁해 인사 재무 경영기획 노사관계 등 기업 업무에 필수적인 내용으로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는 28일이면 교육이 끝난다. 또 온 · 오프라인 커뮤니티 형성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5060 시시콜콜(時時 call-call)'이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친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 인사 초청 강연이나 단합대회 등 행사를 열 때도 은행이 100%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가족들을 위해 조촐한 퇴임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하자 이 행장은 "딱딱한 퇴임식 말고 호텔을 빌려 가족들과 함께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