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의 Biz View] 글로벌 코리아 질주…'기록적 가동률'이 경기 불확실성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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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이제 불경기 타령도 못할 것 같네요. "
22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1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지켜본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의 촌평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현대차 현대중공업 하이닉스반도체 LG디스플레이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경우엔 증권가 전망치를 각각 1000억~2000억원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LG화학도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2000억여원이나 앞지르는 수익을 발표했고 삼성전자 실적도 1개월 전의 예상치와 비교하면 무려 1조원 정도 불어났다.
한가지 특징은 증권가 투자자들보다 회사 임직원들이 더 놀라워하고 있다는 점.LG화학 관계자는 "발표 직전에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사전에 실적을 관리하는 재무 쪽에서 아무런 언질이 없었기 때문에 실적 설명 자료를 만드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부품-세트 연쇄 품귀
한국 대표 기업들이 1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한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증권가는 올 1분기 평균 환율(1143원40전)이 지난해 4분기(1168원)에 비해 소폭 떨어진 데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도 여전해 보수적인 전망들을 내놓았던 것이 사실이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문가들의 분석과 관측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격차가 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애널리스트의 경우 반도체 호황 국면 진입을 끝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며 "전반적으로 안이한 예측이 많았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기업들의 한결같은 총평은 "당초 예상보다 수요가 엄청나게 강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글로벌 경제 회복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풍경이 의아할 정도였다는 것.미국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를 앞세워 세계 IT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한국산 TV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도 그에 못지않게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다. TV 완제품이나 디스플레이 모듈 제품의 경우 부품 조달이 어려워 공장 가동에 애로를 겪을 정도다.
반도체 역시 주문을 하면 16~20주가 지나야 손에 쥘 정도로 공급이 달린다. 글로벌 TV메이커인 비지오코리아의 임종희 사장은 "요즘 TV에 들어가는 그래픽메모리나 타임컨트롤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얼마전에 하이닉스에 통사정 해서 겨우 소량을 받았다"고 말했다. 액정표시장치(LCD)에 들어가는 '이중휘도향상필름(DBEF)'도 동이 나는 바람에 이 제품을 생산하는 경기 화성의 한국3M 사업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구매담당 직원들이 상주하다시피하고 있다. ◆없어서 못 파는데 무슨 인센티브?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 질주는 신차 효과 외에도 브랜드 가치 상승에 따른 글로벌 판매 확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외 생산현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하락 등의 부정적인 요인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전무는 "올 1분기 미국 지역의 인센티브를 지난해 평균보다 34% 축소했음에도 시장점유율이 4.3%에서 4.4%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송상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과 인건비가 늘면서 현대차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지만 가동률 상승에 따른 영업레버리지 확대와 판매 보증충당금 부담을 덜면서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크게 올라갔다"고 평했다.
조선 플랜트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깜짝 실적을 거둔 것은 2~3년 전에 수주한 선박 및 플랜트 부문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데다 지난 1년간 뼈를 깎는 원가 절감 노력으로 기업체질을 강하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자신감 얻은 기업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 추가 하락 △주요 품목의 공급 과잉 가능성 △주요 선진국의 출구전략 가시화 등의 변수에 따라 향후 실적을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 창출 능력이 글로벌 시장 확대와 함께 일정 궤도에 올랐다는 기업들의 자신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는 관측이다.
통상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영업총비용(제조비용+재료비+인건비+마케팅비+감가상각비용 등)을 빼서 산출하는데,영업총비용이 고정된 상태에서 가동률을 올리면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얘기다. 하이닉스의 경우 조금이라도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제조 공정에 속도가 느린 로봇 대신 손이 빠르고 숙련된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요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더라도 매출 확대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도 실적 전망을 밝게 볼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미국시장에서 무이자 할부 60개월 등 고강도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 도요타와 달리 투싼ix와 쏘나타에 대해 별도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의 기업설명회(IR)에선 "출시하는 족족 불티나게 팔려나가는데 무슨 마케팅이 필요하냐"는 반문도 나왔다.
산업부 차장 jih@hankyung.com
22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1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지켜본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의 촌평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현대차 현대중공업 하이닉스반도체 LG디스플레이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경우엔 증권가 전망치를 각각 1000억~2000억원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LG화학도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2000억여원이나 앞지르는 수익을 발표했고 삼성전자 실적도 1개월 전의 예상치와 비교하면 무려 1조원 정도 불어났다.
한가지 특징은 증권가 투자자들보다 회사 임직원들이 더 놀라워하고 있다는 점.LG화학 관계자는 "발표 직전에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사전에 실적을 관리하는 재무 쪽에서 아무런 언질이 없었기 때문에 실적 설명 자료를 만드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부품-세트 연쇄 품귀
한국 대표 기업들이 1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한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증권가는 올 1분기 평균 환율(1143원40전)이 지난해 4분기(1168원)에 비해 소폭 떨어진 데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도 여전해 보수적인 전망들을 내놓았던 것이 사실이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문가들의 분석과 관측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격차가 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애널리스트의 경우 반도체 호황 국면 진입을 끝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며 "전반적으로 안이한 예측이 많았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기업들의 한결같은 총평은 "당초 예상보다 수요가 엄청나게 강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글로벌 경제 회복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풍경이 의아할 정도였다는 것.미국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를 앞세워 세계 IT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한국산 TV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도 그에 못지않게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다. TV 완제품이나 디스플레이 모듈 제품의 경우 부품 조달이 어려워 공장 가동에 애로를 겪을 정도다.
반도체 역시 주문을 하면 16~20주가 지나야 손에 쥘 정도로 공급이 달린다. 글로벌 TV메이커인 비지오코리아의 임종희 사장은 "요즘 TV에 들어가는 그래픽메모리나 타임컨트롤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얼마전에 하이닉스에 통사정 해서 겨우 소량을 받았다"고 말했다. 액정표시장치(LCD)에 들어가는 '이중휘도향상필름(DBEF)'도 동이 나는 바람에 이 제품을 생산하는 경기 화성의 한국3M 사업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구매담당 직원들이 상주하다시피하고 있다. ◆없어서 못 파는데 무슨 인센티브?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 질주는 신차 효과 외에도 브랜드 가치 상승에 따른 글로벌 판매 확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외 생산현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하락 등의 부정적인 요인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전무는 "올 1분기 미국 지역의 인센티브를 지난해 평균보다 34% 축소했음에도 시장점유율이 4.3%에서 4.4%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송상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과 인건비가 늘면서 현대차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지만 가동률 상승에 따른 영업레버리지 확대와 판매 보증충당금 부담을 덜면서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크게 올라갔다"고 평했다.
조선 플랜트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깜짝 실적을 거둔 것은 2~3년 전에 수주한 선박 및 플랜트 부문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데다 지난 1년간 뼈를 깎는 원가 절감 노력으로 기업체질을 강하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자신감 얻은 기업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 추가 하락 △주요 품목의 공급 과잉 가능성 △주요 선진국의 출구전략 가시화 등의 변수에 따라 향후 실적을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 창출 능력이 글로벌 시장 확대와 함께 일정 궤도에 올랐다는 기업들의 자신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는 관측이다.
통상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영업총비용(제조비용+재료비+인건비+마케팅비+감가상각비용 등)을 빼서 산출하는데,영업총비용이 고정된 상태에서 가동률을 올리면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얘기다. 하이닉스의 경우 조금이라도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제조 공정에 속도가 느린 로봇 대신 손이 빠르고 숙련된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요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더라도 매출 확대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도 실적 전망을 밝게 볼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미국시장에서 무이자 할부 60개월 등 고강도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 도요타와 달리 투싼ix와 쏘나타에 대해 별도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의 기업설명회(IR)에선 "출시하는 족족 불티나게 팔려나가는데 무슨 마케팅이 필요하냐"는 반문도 나왔다.
산업부 차장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