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 정부에 대한 채무를 완전히 청산했다. 당초 계획보다 5년을 앞당겼다. 지난해 5월 파산위기에 몰렸던 상황에서 1년도 채 안 돼 구제금융을 전액 상환하며 한 때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공룡의 부활’을 예고했다.
GM은 지난해 미 연방법원에 새 구조 조정안을 제출했다. 사브와 허머·폰티악·새턴·오펠 등 수익성이 악화된 브랜드(배드 GM)를 매각하거나 폐기하고, 시보레, 캐딜락, 뷰익, GMC 등 수익성이 양호한 자산과 사업부문(굿 GM)을 축소합병해 '뉴 GM'을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지난해 7월 10일 출범한 뉴 GM은 올 들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 유력하다.
GM의 주요 브랜드인 시보레, 뷰익, GMC, 캐딜락의 올 들어 3월까지의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36% 늘었다. 크리스 리델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2010년부터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은 "GM의 턴어라운드(흑자 전환)은 급작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미 정부가 숙고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결과”라고 지난해 전미 여론을 둘로 갈랐던 구제금융 지원결정을 술회했다.
재무구조도 건전해졌다. 정부에 지고 있던 채무액을 완전히 털어냈으며, 지난해 파산보호 신청 전까지 700억달러에 달하던 부채도 채권자들의 탕감을 통해 대부분 줄여냈다. GM은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PO와 재상장을 통해 정부의 자금회수를 돕겠다는 목표다.
달라진 모습도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세계적인 차량 다운사이징(소형화) 동향을 외면하고 미국의 전통적인 소비성향에 치중하며 높은 배기량의 대형차를 주로 만들던 과거에 비해, 플러그인 전기차 '볼트'를 개발하고 한국 내 자회사인 GM대우를 앞세워 경소형차 개발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30여년에 걸친 노사 갈등도 상생협력을 중시하며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루스 클락 무디스 부사장은 "GM의 채무 상환은 GM의 기나긴 개선과정의 한 걸음"이라며 "채무액을 줄이고, 더 나아진 신차를 선보이는 등 GM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GM 전체 지분의 70% 이상이 미국과 캐나다 정부 소유로 남아있다. 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렌트카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법인 판매로, 수익성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GM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내년 말까지 전기차 '볼트'를 포함, 총 25종의 신차와 연식변경모델을 투입하며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GM은 지난달 중국시장에서 총 23만48대를 판매하며 본토인 미국시장 판매량(18만8546대)을 크게 앞질렀다. GM은 연내로 중국 시장에서 누적판매량 200만대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