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만 재고 생활습관은 그대로… 당뇨를 키우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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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혈당측정 도움될까
인슐린 환자 하루 2번이상 당뇨약 먹으면 하루 1번 고령자도 계속 체크해야
환자 70%, 목표혈당 유지못해…혈당수치 맞춰 중장기 관리
식습관·운동 적절히 조절해야
인슐린 환자 하루 2번이상 당뇨약 먹으면 하루 1번 고령자도 계속 체크해야
환자 70%, 목표혈당 유지못해…혈당수치 맞춰 중장기 관리
식습관·운동 적절히 조절해야
당뇨병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 국민의 8%가 당뇨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식생활의 서구화와 운동부족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젊은 연령층에서의 당뇨병이 급증해 유병기간이 늘어나고 조기에 합병증이 발생해 사회 · 노동인력의 감소가 우려된다. 다행히 당뇨병은 암과 같은 질환과 달리 지속적으로 혈당을 관리해주면 얼마든지 증상 악화와 합병증 초래를 예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가 자가 혈당측정기를 이용해 혈당변화 추이를 파악,식사습관을 교정하고 운동량을 늘려 혈당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는 공복혈당(8시간 금식 후 측정한 혈당)은 120㎎/㎗ 이하로,식후혈당(식사 후 2시간째 혈당)은 160㎎/㎗ 이하로 낮게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당화혈색소(HbA1c:적혈구의 전체 헤모글로빈 중 혈당과 결합한 비율)는 최근 3개월간의 평균 혈당치를 반영하는 지표인데 6.5% 이하를 목표치로 권장한다.
그러나 혈당이 상당히 높지 않다면 환자는 별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목표치에 맞게 혈당을 유지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초기이거나,당뇨병 교육을 받은 후 짧은 기간 동안에는 경각심을 갖고 혈당관리에 임하다가도 금세 다시 이전 생활로 돌아가는 모습을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충분한 목표혈당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 수가 약 7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그렇다면 자가혈당측정기로 자주 혈당을 재는 게 실제 도움이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자가측정은 매우 이롭다. 어떤 음식을 먹은 후에 혈당이 더 높아지는지,운동 후에 혈당이 어떻게 감소하는지,인슐린 용량에 따라 혈당이 어떻게 변동되는지,어떤 경우에 저혈당이 발생하는지 등을 자가혈당측정을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평소 A음식점에서 김치찌개를 먹은 경우에 식후혈당이 180㎎/㎗정도였는데, B음식점에서 비빔밥을 먹은 경우에는 250㎎/㎗로 측정됐다면 다음부터 B음식점에서 같은 음식을 주문할 때에는 식사량을 줄이거나,식사 전에 약물를 투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식후에 운동을 더하는 식의 노력을 통해 식후혈당이 목표치에 이르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가혈당측정은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하루 중 혈당변동이 큰 중증 당뇨병 환자,당지수(GI:음식이 소화돼 포도당으로 변하는 정도)가 높은 음식을 즐겨먹는 환자에게 필수적이다. 저혈당 위험이 높은 환자,고령자도 열심히 자가혈당측정을 할 필요가 있다.
통상 인슐린 치료 환자군은 하루 2번 이상,당뇨약을 먹는 환자는 하루 1번 이상,약을 먹어 혈당이 양호하게 조절되거나 식사요법만으로 혈당조절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1주에 2~3회 정도의 혈당측정이 권고된다.
그러나 문제는 자가혈당측정에 따르는 불편과 경제적 부담이다. 비약적인 기술발전 덕분에 매우 적은 혈액만 채취해도 혈당을 잴 수 있게 됐지만 손가락에 침을 꽂아야 하는 등의 혈액채취 과정은 통증을 유발해 환자에게 적잖은 공포심을 유발한다. 또 건강보험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매번 500원 안팎의 혈당시험지(스트립)를 소모해야 하는 비용 부담도 꺼림칙하다. 이에 따라 자가혈당측정이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거나 실제 혈당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상당수 나와 있다.
이를 종합하면 자가혈당측정이 분명 유익한 측면이 많으나 환자들이 측정 이후에 따르는 후속조치와 혈당관리 계획이 부실하면 측정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환자들이 혈당치를 측정하고 이후에 생활패턴을 바로잡는 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며 귀찮게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예컨대 어떤 환자는 운동하고 난 후 혈당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위안을 삼기 위해 혈당측정을 활용할 뿐 장기적인 혈당관리를 등한시하기도 한다.
당화혈색소가 안정된 수치를 보이지만 식후에 혈당이 가파르게 올라가거나,주중과 주말에 혈당 변화 패턴에 차이가 있다면 혈당변화 커브를 좀 더 완만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자가혈당 측정 자체도 의미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측정된 혈당 값을 토대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향후 중장기 혈당관리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당뇨병의 진행속도를 낮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일이다.
윤건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