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자들이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에 매년 꼬박꼬박 내야 하는 판매보수가 다음 달부터 점차 줄어든다. 금융감독원이 기존 펀드에 대해 판매보수를 단계적으로 연 1.0% 이하로 낮추도록 행정지도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오랜 기간 펀드에 돈을 묻어둔 장기 가입자일수록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자산운용사의 판매보수인하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형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가입 기간에 따라 판매보수를 순차적으로 깎아주는 체감식(CDSC) 인하 방식을 도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순자산 상위 30위 내 국내 주요 주식형 펀드 가운데 판매보수가 연 1.0%를 웃돌아 판매보수를 낮춰야 하는 펀드는 14개다. 이 가운데 84%에 해당하는 11개 펀드가 체감식 인하안을 선택했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1A' 등 9개 미래에셋 펀드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A'가 체감식 인하안을 선택했다. 체감식은 투자자의 가입연수에 따라 판매보수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펀드에 오래 투자한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금감원 행정지도에 따라 모든 판매사들은 일단 다음 달 3일 판매보수를 연 1.5% 이하로 낮춘다. 2단계로 오는 9월6일부터는 매년 일정 비율로 2013년까지 판매보수를 연 1.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3년 이상 장기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판매보수가 9월6일부터 즉시 연 1% 이하로 낮아진다.

판매보수를 연 1% 이하로 낮추기 위해 체감식을 도입한 곳도 있지만 정률식 인하방식을 채택한 판매사도 있다. 정률식은 가입 기간에 상관없이 연 1.0% 이하가 될 때까지 일정 비율로 보수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 등이 이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1'의 판매보수는 현재 연 2.04%에서 매년 연 0.26%씩 낮아진다. 연 1.06%인 '신영마라톤증권A'의 판매보수는 다음 달 3일부터 바로 연 1.0% 밑으로 인하된다.

체감식과 정률식이 큰 차이는 없다. 3년 뒤에는 판매보수가 모두 연 1.0% 이하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감식의 경우 장기 투자자일수록 판매보수가 연 1.0% 이하로 낮아지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판매사가 같더라도 운용사별 · 펀드별로 보수 인하 방식이 달리 적용되므로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어떤 인하 방식이 적용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판매보수 인하 효과는 크다. 매일 순자산가치(NAV)에 의해 결정되는 기준가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하면 현재 판매보수가 연 1.75%인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K- 2A'에 1억원을 거치식으로 맡긴 투자자는 1년에 75만원 안팎의 판매보수를 절약할 수 있다. 현행 판매보수는 연간 175만원이지만 2013년엔 100만원만 지출하면 된다. 게다가 3년 이상 가입한 투자자라면 이러한 절감 효과를 오는 9일6일부터 당장 누릴 수 있다.

해외펀드는 해외 시장 조사 등에 대한 추가 비용을 감안해 연 1.1% 이하로 인하된다. 해외 주요 펀드 30개 가운데 연 1.1%를 웃도는 펀드는 5개다. 이 가운데 3개 펀드가 체감식 인하안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각각 판매보수가 연 1.82%,연 1.34%인 '신한BNPP봉쥬르차이나1''도이치브릭스플러스1'의 판매보수는 가입 기간에 따라 연 1% 이하로 인하된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사는 "한 대형은행의 시뮬레이션 결과 체감식을 도입하면 정률식을 도입했을 때보다 올해에만 수백억원을 판매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판매사들이 대부분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체감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