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를 잘 치르려면 선수와 갤러리,골프장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한다면,원활한 진행을 돕는 경기위원이다. 존 파라모 유러피언투어 경기위원장(55 · 사진)은 엄격한 규칙적용으로 정평이 나있다. 16년 전 세베 바예스테로스와 벌인 규칙논쟁으로 유명하며 최근에도 타이거 우즈,파드리그 해링턴 등 톱랭커들과 설전을 벌일 정도로 '고지식한' 규칙론자다. 골프선수 출신인 그는 34년째 경기위원으로 선수들과 고락을 함께하고 있다.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브라이언 데이비스가 미국PGA투어 버라이즌 헤리티지 연장전 워터해저드에서 벌타를 자진신고한 끝에 2위를 했다. 그에 대한 생각은.

"'정직'이라는 골프정신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 그가 자랑스럽다. 그가 유럽에서 활약하던 8년 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그때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 때 알아둔 지식이 이번에 스스로 벌타를 매긴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

▼1994년 유러피언투어 볼보마스터스에서 세베와 '동물이 파놓은 구멍'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고,지난해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우즈-해링턴조에 시계를 들이대는 등 선수들 사이에 악명이 높은데.

"세베의 경우 마지막날 마지막홀에서 우승을 다투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정하려고 그랬다. 내가 선수들 사이에 악명 높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골프의 원칙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두 판정 다 후회는 없다. "

▼골프규칙에는 공정하지 못한 점도 있다. 예컨대 벙커 내 발자국이나 페어웨이 디봇자국에 볼이 들어갈 경우 그냥 쳐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게 아니다. 운(運)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그게 골프의 마력이자 장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처하느냐,불평을 하느냐는 챔피언이 되느냐,못 되느냐의 차이로 나타난다. "

▼기억에 남는 규칙 판정은.

"역시 1994년 세베 건이다. 5주 전 안달루치아오픈 때 일어난 일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린에서 한 선수의 볼이 홀쪽으로 1㎝ 움직였는데 그대로 쳤다. 마커는 그 사실을 알고도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신고해 당사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에게 실격을 내렸다. "

▼가장 영악하게 규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세베와 해링턴을 들겠다. 해링턴은 볼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을 때는 어드레스하지 않고 곧바로 샷을 해버린다. "

▼현재의 골프규칙에서 개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미국 · 영국골프협회에서 4년마다 규칙을 개정,보완하는데 거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잠정구를 칠 때 반드시 '잠정구를 친다'는 말해야 하는데,그 선언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

▼선수든 아마추어든 규칙해석에 자신이 없을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골퍼라면 규칙책을 보고 공부해야 한다. 모호한 상황이라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해결책이 나온다. 일반상식에 의거해 처리하면 된다. 곧 그 상황에서 가장 공정하고 공평하게 규칙을 적용하면 그것이 곧 판정이다. 그래도 확신이 안 들 경우 동반자나 경기위원의 도움을 받으라."

▼스코어를 1타라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규칙 관련 사례를 든다면.

"규칙책 맨 앞에는 34개조를 아우른 요약분이 있다. 그것을 머릿속에 넣어두면 자신에게 불리한 해석이나 판정을 막고 스코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서귀포=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