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태풍의 눈' 골드만삭스] 美 재무장관만 3명배출…加ㆍ伊 중앙은행 총재도 '골드만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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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전세계 금융 요직 장악
한번 골드만맨은 영원하다…
후배발탁 '끈끈한 커넥션', 금융위기때 소방수로 투입
전세계 금융 요직 장악
한번 골드만맨은 영원하다…
후배발탁 '끈끈한 커넥션', 금융위기때 소방수로 투입
골드만삭스는 파워집단이다. 미국 관계,정계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는 수익만 많이 낸다고 능력 있다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 언제든지 공직에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관직에 진출하는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늘면서'거번먼트(Government) 삭스'라는 비아냥도 듣지만 그런 인맥문화는 이미 골드만삭스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미 연방법원에 제소하자 골드만삭스가 부동산시장 하락에 베팅해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정작 소방수 역할을 한 핵심 인사들 대부분이 이 회사 출신들이란 점에서 골드만삭스의 인맥이 다시 한번 확인되기도 했다.
◆뉴욕서 돈 벌고 워싱턴 진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헨리 폴슨 전 재무부 장관이 금융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조성한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구제프로그램(TARP) 운용을 맡았던 이는 당시 35세였던 닐 카시카리 재무부 금융안정담당 차관보였다. 카시카리 차관보는 2006년 6월 당시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였던 폴슨이 재무부 장관에 취임한 직후 영입한 골드만삭스맨이다. 카시카리는 골드만삭스에서 정보기술 증권 투자은행 및 인수 · 합병(M&A) 자문 업무를 담당하던 부사장이었다. 그는 작년 4월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로 자리를 옮겼다.
골드만삭스 전략투자가로 활동하던 댄 제스터는 금융위기가 터지자 워싱턴(재무부)으로 옮겨 연방정부가 국책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인수하는 업무를 주도했다. 아시아 담당 임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스티브 샤프란은 재무부에서 금융위기로 얼어붙은 머니마켓펀드 시장이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정책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월가 금융사들은 자신들과 같이 신종 증권 등을 활용해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 와중에도 골드만삭스 인사들이 금융위기의 해결사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골드만삭스 출신들의 워싱턴 진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29년 10월 주가대폭락에 따른 거래손실로 위기에 빠진 회사를 투자은행으로 키운 시드니 와인버그는 2차 대전 당시 백악관특별위원으로 활동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명재무장관 소리를 들었던 로버트 루빈도 이곳의 CEO 출신이다. 앞서 60년대의 헨리 파울러까지 포함하면 재무장관만 3명을 배출했다. 조슈아 볼턴 전 백악관 비서실장,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아서 레빗 전 SEC 위원장도 여기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1986년부터 골드만삭스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다 2007년 당시 티모시 가이트너 총재에 의해 영입됐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뱅크오브아메리카로 넘어간 메릴린치 CEO를 역임한 존 테인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테인 CEO는 지난 2월 중소기업 대출은행인 CIT그룹 사령탑에 앉았다.
◆미국 밖에서도 쌓여가는 인맥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골드만삭스의 인맥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골드만삭스에서 국제담당 부회장을 지냈고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13년간의 골드만삭스 근무경력을 갖고 있다.
13년 동안 골드만삭스에 몸담아 오다 중화권 담당 회장에서 최근 물러난 후쭈류는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겨 외환관리 업무를 맡을 것이라고 최근 중국 경제관찰보가 전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은행인 중국 공상은행이 지난 19일 신임 부행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한 장훙리 도이체방크 아시아태평양 글로벌뱅킹부문 회장 역시 이곳 출신이다.
골드만삭스는 웹사이트에 인터넷 동문 코너를 운영하는 등 '한번 골드만맨은 영원한 골드만맨'이라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 사이트는 골드만삭스는 물론 전 · 현직들이 벌이는 사업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일자리 기회까지 제공하면서 '골드만 커넥션'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월가 경쟁사들이 위기에 처한 골드만삭스가 힘을 잃지 않고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것도 그동안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가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갈지 관심거리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