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를 나와 50m 정도 걸어가면 서울노인복지센터가 나온다. 바로 옆 SK허브프라자 2층에 '삼가연정(三嘉連亭)' 간판이 걸려 있다. 삼가연정은 '책과 차와 사람들의 만남으로 아름다워지는 곳'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실버층을 대상으로 서울에 첫선을 보인 실버 북카페다.

실버층을 겨냥한 카페가 성업 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지난 23일 오전 삼가연정을 찾아봤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보다 훨씬 깔끔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과 동양적인 문양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다.

근무하는 직원들만 조금 달랐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나 계산대를 지키는 직원들이 실버층이다. 깔끔한 유니폼을 입고 있어 40~50대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머리가 희끗한 60대다.

자리에 앉자 키가 훤칠한 남성 노인 한분이 서빙을 해준다. "맛있게 드세요. 매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 쿠키와 양갱도 있습니다. " 노인분은 주문한 카페라떼를 부드러운 인사말과 함께 내다 주었다.

커피맛은 뛰어났다. 서울시내에서 영업 중인 유명 브랜드 커피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는 각각 2000원,카페라떼가 3000원으로 다른 커피전문점에 비해 30%가량 저렴하다. 전통차인 모과차와 유자차도 3500원씩이다. 손으로 직접 만든 호박케이크,양갱,쿠키는 1000원씩에 제공한다. 운현궁이 건너다 보이는 운치도 있다.

삼가연정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급증하는 실버층의 고용 및 창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매장에서 근무하려는 어르신들이 정말 많습니다. 지원 경쟁률이 10 대 1은 됩니다. " 매장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신현국 사회복지사는 하루에 6시간 정도 일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육체적 노동이 필요하지만,근무 희망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간당 보수는 4500원 정도지만 카페 일을 배우기 위해 지원하는 분들도 많단다.

"너무 즐겁고 재미 있어요. 6개월 정도 더 일한 뒤 내 가게를 열고 싶어요. " 지난해 점포 개점과 함께 일하고 있는 안찬숙씨(63 · 사진 왼쪽)는 "평생 전업 주부로 일하다가 커피에 관심이 많아 바리스타 일을 배웠다" 며 "매장 운영 노하우를 더 쌓은 뒤 집 근처에서 커피숍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강정순씨(60)는 "나이 들어 깔끔한 커피숍에서 근무한다고 주변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가격은 싸고 품질이 좋은 것으로 소문나면서 안국동과 인사동 등 인근 오피스가 직장인들도 최근 삼가연정을 많이 찾고 있다. 실버 직원들에게 커피 제조와 서빙 등을 가르쳐주는 김경화 매니저는 "개점 초기 거의 없던 20~30대 젊은층 이용자들이 50%를 넘고 있다"며 "젊은 세대와 실버 세대 간 만남의 공간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올 8월께 삼가연정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실버 북카페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서울 시내에 2,3개 정도의 매장을 추가로 내기로 했다. 실버 북카페가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실버 창업의 성공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02)720-2330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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