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23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출구전략'은 세계 경제 현황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논의됐다. 정부 관계자는 "위기 초반엔 출구전략 국제 공조가 중요했으나 수습 과정에선 나라별로 사정이 달라 국제 공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출구전략 제각각

출구전략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해 취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등 각종 정책을 정상화하는 조치를 말한다. 출구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금융회사에 대한 지원금을 거둬들이는 금융정책 정상화,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지출을 줄여나가는 재정정책 정상화,대폭 낮춰놓은 정책금리를 올리고 풀어놓은 유동성을 줄이는 통화정책 정상화 등이다.

이 가운데 금융정책 정상화는 대부분의 국가가 시행에 들어갔다. 재정정책은 2012~2013년께 균형재정을 달성하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문제는 통화정책이다. 정책금리를 언제 인상하느냐가 핵심으로 꼽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미국은 정책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다른 나라도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정책금리를 낮췄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이번 위기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아 모든 국가가 상당기간 저금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컸다. G20 회의 차원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나라별로 경제 회복 속도가 달라 비슷한 시기에 금리를 올리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과 인도.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방출한 결과 부동산가격이 치솟는 문제가 발생했고 인도에선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9.9%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중국은 올초부터 대출자금을 죄고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금융긴축에 들어갔고 인도는 지난달과 이번 달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올렸다.

중국에 원자재 수출을 많이 하는 호주는 지난해 10월부터 5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아시아 · 태평양권 이외에도 노르웨이가 이미 출구전략 시행에 들어갔으며 캐나다는 오는 6월께 정책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중앙은행이 시사하고 나섰다.

반면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은 올해 4분기 혹은 내년이 돼야 정책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보다 사정이 더 나쁜 영국 일본 유로존 등은 금리 인상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출구전략 시행 시기는

한국은 2008년 9월 연 5.25%이던 한은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지난해 2월 연 2.0%로 낮췄다. 이후 14개월 연속 동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를 인상하는 시점은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된 이후"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0.2%로 미약하나마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데다 올해 1분기엔 성장률이 7.5%(전년 동기 대비,한은 전망)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기준금리 인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금리 인상이 시급하다고 총대를 멨다. 이어 재계의 대표적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KDI 견해를 지지하고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도 같은 의견을 표시했다. 수비르 랄 IMF 한국과장은 "한국의 성장세가 강하고 전반적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