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국가 안보위기관리 시스템 정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천안함 대처 및 국가 안보 시스템 개선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외교안보자문단(19일),여야 3당 대표(20일),7대 종단 지도자(21일),군 원로들과의 오찬(22일)에 이은 것으로 1차적인 구상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은 외교안보자문단은 이날부터 '외교안보시스템 개혁을 위한 보고서'작성 작업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우선 대통령 안보특보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존의 외교안보수석실이 현안 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보다 폭넓게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특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군 보고 및 초기 대응이 임기응변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이에 대한 개선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안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참여정부 시절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부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부정적이다. 다만 국가위기상황팀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실무 업무 위주에서 선제적 대응에 초점을 두고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이다. 사실상의 NSC사무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 증강의 우선순위 조정도 거론되고 있다.

인사와 제도 등 군 전반에 걸쳐 대대적 쇄신 메스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이전 부터 군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강한 군대는 강한 정신력에서 완성된다"고 했고,12월8일 국무회의에선 "근원적으로 비리가 생길 틈이 있다. 획기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도 "동일한 시스템과 누적된 관습으로는 변화와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3월18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보직신고)"고 한 데 이어 천안함 사건 이후 군을 향해 '매너리즘,과감한 정비'등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구조적 허점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군은 수십년 전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국방 업무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요소와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잇단 군납 비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무기획득 체계에 대한 개혁이 1차적 과제로 떠오른다. 군의 폐쇄성,집단이기주의,파벌주의가 큰 문제라는 인식도 청와대 내에서 팽배해 있다.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신축 이견,지난해 예산 문제를 둘러싼 이상희 전 국방장관과 장수만 차관의 갈등은 청와대와 국방부의 대리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군 기강 확립 방안과 함께 지지 부진한 방위사업청 개편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국방개혁실장에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를,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에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을 임명한 것은 군 시스템 정비에 민간 전문가들을 투입해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신호탄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