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제약사 영업 타격 불가피…약값 인하 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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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 '제약리베이트 쌍벌제' 통과
제약업계 "일단 환영하지만 영업엔 부담""
개인 병·의원, 매출 감소 우려…강력 반발
제약업계 "일단 환영하지만 영업엔 부담""
개인 병·의원, 매출 감소 우려…강력 반발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쌍벌제를 도입하면 제약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선진국의 약가제도와 국내 경제수준에 비해 과다하게 책정된 약가 거품을 걷어내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리베이트는 우수 의약품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소비자 약값 인하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끊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과잉처방과 건강보험 재정 지출 증가를 부르는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것.당국의 리베이트 근절의지에도 불구하고 형법과 공정거래법상의 리베이트 처벌조항은 사실상 '반쪽 짜리'법으로 사문화돼 늘 주는 쪽만 처벌해 오히려 이를 양성화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쌍벌제 법안은 당초 입법안에 비해 처벌 기준이 완화되고,예외조항도 많아 시민사회단체 등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완화된 법안조차 판매촉진 장려금 성격의 영업관행을 '범죄'로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의료계,조직적 저항…"실효성 없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은 쌍벌제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남현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리베이트 문제는 제약사들이 처방약 결정에 미치는 중소 병원의 월급쟁이 의사나 개원의에게 처방 권유를 위해 마케팅 활동을 벌이면서 생긴 것"이라며 "의사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인 잣대를 요구하지 말고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리베이트가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으로 "정부가 저가약 구매 인센티브제를 명확히 하거나 선택적 의약분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내과 원장은 "통상 개원의들의 전체 매출액 중 리베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라며 "리베이트가 없어진다면 의사들이 오히려 안전하고 유효성이 입증된 오리지널 신약을 처방하게 돼 정부의 의도처럼 중저가 제네릭 처방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의사 · 약사들 눈치를 봐야 하는 제약회사들은 쌍벌제 도입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강한 목소리로 지지의사를 보여왔다. 정부가 오는 10월 저가구매 인센티브(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도입을 강행하자 쌍벌제 도입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정해진 약값의 범위에서 병원이 싼값에 구입하면 그 차액(최고가 대비)의 7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때문에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리베이트를 양성화시키는 것이며,이를 견제하기 위해 '쌍벌제'를 선도입해야 한다는 게 제약업계의 논리였다.
하지만 막상 쌍벌제의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제약업체들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쌍벌제 시행이 리베이트 근절에는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최일선에 있는 영업 사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한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통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동시에 없앨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지방 의원들과 영업사원들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고 벌써부터 다양한 형태의 압박이 들어오는 등 염려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등이 쌍벌제가 도입될 경우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처방을 중단하고,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신약만 처방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데 대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리베이트 제공이 유일한 영업수단인 한 소형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차차 근절되면 제품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소형 제약사들은 점차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정착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네릭 처방이 늘 경우 의료소비자는 약국에서 처방약을 구매할 때 1인당 수백원의 본인 부담을 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약값이 2007년 7월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된 이후 의료소비자들은 전체 약값의 30%를 부담하고 있는데 전체 약값이 낮아지면 그만큼 본인 부담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약사는 "정률제 도입 이후 웬만한 감기약의 본인부담금이 예전의 1000원에서 2000~3000원대로 상승했다"며 "의사들이 고가약 처방을 자제하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겠지만 정부 의도대로 의사들이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쟁점과 과제
쌍벌제는 향후 의약단체 등과의 협의과정에서 처벌 대상과 면제 대상 범위를 정하는 것을 놓고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의사 병원 단체의 반발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맞서 시민단체들은 면책조항이 너무 많다며 이날 통과한 쌍벌제에 십자포화를 쏘아댈 태세다. 건강연대 등 사회시민단체는 개정안에서 금융비용(일명 백마진)이 예외항목에 포함되자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김태현 경제정의실천연합회 사회정책국장은 "현재 리베이트 처벌 예외조항들이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며 "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을 경우 리베이트를 더욱 부추기고 양성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외조항으로 둔 견본품 제공,학술대회 지원,임상시험 지원,제품설명회,기부행위,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성태/정종호 기자 mrhand@hankyung.com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쌍벌제 법안은 당초 입법안에 비해 처벌 기준이 완화되고,예외조항도 많아 시민사회단체 등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완화된 법안조차 판매촉진 장려금 성격의 영업관행을 '범죄'로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의료계,조직적 저항…"실효성 없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은 쌍벌제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남현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리베이트 문제는 제약사들이 처방약 결정에 미치는 중소 병원의 월급쟁이 의사나 개원의에게 처방 권유를 위해 마케팅 활동을 벌이면서 생긴 것"이라며 "의사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인 잣대를 요구하지 말고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리베이트가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으로 "정부가 저가약 구매 인센티브제를 명확히 하거나 선택적 의약분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내과 원장은 "통상 개원의들의 전체 매출액 중 리베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라며 "리베이트가 없어진다면 의사들이 오히려 안전하고 유효성이 입증된 오리지널 신약을 처방하게 돼 정부의 의도처럼 중저가 제네릭 처방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의사 · 약사들 눈치를 봐야 하는 제약회사들은 쌍벌제 도입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강한 목소리로 지지의사를 보여왔다. 정부가 오는 10월 저가구매 인센티브(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도입을 강행하자 쌍벌제 도입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정해진 약값의 범위에서 병원이 싼값에 구입하면 그 차액(최고가 대비)의 7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때문에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리베이트를 양성화시키는 것이며,이를 견제하기 위해 '쌍벌제'를 선도입해야 한다는 게 제약업계의 논리였다.
하지만 막상 쌍벌제의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제약업체들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쌍벌제 시행이 리베이트 근절에는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최일선에 있는 영업 사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한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통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동시에 없앨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지방 의원들과 영업사원들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고 벌써부터 다양한 형태의 압박이 들어오는 등 염려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등이 쌍벌제가 도입될 경우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처방을 중단하고,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신약만 처방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데 대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리베이트 제공이 유일한 영업수단인 한 소형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차차 근절되면 제품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소형 제약사들은 점차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정착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네릭 처방이 늘 경우 의료소비자는 약국에서 처방약을 구매할 때 1인당 수백원의 본인 부담을 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약값이 2007년 7월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된 이후 의료소비자들은 전체 약값의 30%를 부담하고 있는데 전체 약값이 낮아지면 그만큼 본인 부담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약사는 "정률제 도입 이후 웬만한 감기약의 본인부담금이 예전의 1000원에서 2000~3000원대로 상승했다"며 "의사들이 고가약 처방을 자제하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겠지만 정부 의도대로 의사들이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쟁점과 과제
쌍벌제는 향후 의약단체 등과의 협의과정에서 처벌 대상과 면제 대상 범위를 정하는 것을 놓고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의사 병원 단체의 반발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맞서 시민단체들은 면책조항이 너무 많다며 이날 통과한 쌍벌제에 십자포화를 쏘아댈 태세다. 건강연대 등 사회시민단체는 개정안에서 금융비용(일명 백마진)이 예외항목에 포함되자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김태현 경제정의실천연합회 사회정책국장은 "현재 리베이트 처벌 예외조항들이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며 "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을 경우 리베이트를 더욱 부추기고 양성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외조항으로 둔 견본품 제공,학술대회 지원,임상시험 지원,제품설명회,기부행위,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성태/정종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