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깜짝실적…전망치도 잇따라 '껑충'
주요 기업들의 1분기(1~3월) 성적표에 대한 전망치 상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대표주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줄줄이 공개하자 애널리스트들이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앞다퉈 올리며 눈높이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꺾인 데다 원화 강세 우려로 인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으나 중국의 강력한 소비 수혜와 비용 절감 효과를 등에 업고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금융주도 '깜짝 실적' 기대

1분기 '어닝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뒤늦게 주요 기업에 대한 실적 전망치를 높이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실적 전망치는 연말에 비해 지난달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 데 이어 이달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주요 IT · 자동차주가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기업 이익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확신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다음 달 중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순이익 평균 추정치는 작년 말 130억원 적자에서 이달 초 432억원 흑자로 대폭 조정됐고 현재는 540억원으로 높아졌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1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수기임에도 IT 수출 화물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1분기 최대 이익을 거둔 대한항공의 뒤를 이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주들도 깜짝 실적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기업은행의 1분기 순이익 평균 추정치는 작년 말 2641억원에서 4월 초 2882억원,현재는 2975억원으로 높아졌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을 먼저 내놓은 하나금융 사례에서 순이자마진이 예상보다 높아졌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며 "하이닉스 매각을 비롯한 일회성 요인 등을 감안해 일부 은행주 실적 추정치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이달 중순 기업은행의 순이익 추정치를 18% 올렸다.

외환은행도 이달에만 평균 순이익 추정치가 118억원 증가해 2658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밖에 자동차 부품주인 한라공조를 비롯해 세아베스틸 대웅제약 대상 영원무역 등 중견 기업에 대한 실적 전망치도 줄줄이 높아지는 추세다.

◆두 달 전만 해도 예상 못한 일

기업들의 1분기 '깜짝 실적'은 지난 1~2월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수출주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됐고 경기선행지수가 하락 반전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도 엷어졌기 때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연초만 해도 상반기 기업들의 이익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려와 달리 급격한 환율 하락이 없었고 중국을 중심으로 IT 자동차 등의 수요가 예상보다 강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 효과도 나타났고 각국 경기부양책 효과가 힘을 발휘하면서 이익 개선폭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이익 개선 추세는 3분기까지 무리 없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 · 달러 환율이 작년보다 떨어졌지만 경기 회복 효과로 인한 수요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3분기 이후에는 환율 추가 하락 우려와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세계적으로 출구전략이 가시화될 수 있다"며 "3분기까지 견조한 기업 이익을 바탕으로 코스피지수는 7월께 1900선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의 깜짝 실적이 주가에 덜 반영됐다는 의견이 많지만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담당 이사는 "기업 이익은 늘었지만 유럽 국가들의 신용문제나 글로벌 금융규제,특히 국내 펀드 환매 이슈가 물려 있어 주가가 뻗어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