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 동남아 2박3일 출장비가 2280달러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 총리가 2박3일 일정에 1200달러예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초호화 복지와 임금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후 감사를 받게 되면서 그동안의 ‘흥청망청’ 행태에 대해 여론의 집중타를 맞고 있다.

임직원 1인당 평균임금 1억2000만원,연 120만원의 사설학원 수강료지원,1000명 미만 사업장은 2명이하로 규정한 노조전임자 8명,16억원의 이사장 업무추진비 등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해질만하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선망이 대상이 됐던 산업은행 등은 명함도 못내밀 정도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올 하반기 정기국감서 지적사항들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점검하겠다며 별렀다.

임금 기준으로 한국거래소는 국내 ‘최강’의 공공기관으로 꼽을만하다. 여기에 느슨한 감독과 업무강도까지 고려하면 소위 신의 직장범주를 넘어 ‘대왕신의 직장’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진정한 신의 직장은 국회의원들의 바로 옆에 따로 있는 듯 싶다.

“출근 버스에서 내려 아이를 사무실 옆 어린이집에 맡긴다. 점심시간에는 사내 헬스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사내 잔디축구장에서 동호인들과 축구시합을 벌인다.

운동하다 멍든 허벅지 치료를 위해 한의원에 들른 후 세탁소에서 와이셔츠를 찾는다. 아내가 출근길에 건네준 종이를 들고 구내 하나로마트에 장을 본 후 6시에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찾아 사내 버스로 퇴근한다”

이발소 미용실 은행 실내배드민턴장 치과 내과 등도 직장내서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국내 최고의 도서관까지 갖추고 있다.수영장만 있으면 사실상 복합레저시설을 갖춘 셈이다. 정년도 보장돼있고 눈치볼 상전도 많지 않다.

이 정도면 가히 ‘울트라 대왕신의 직장’이다. 정말 이런 직장이 있을까 싶겠지만 답은 ‘있다’이다. 바로 국회 사무처다. 연봉은 한국거래소에 비해 박할 지 모르지만 정년보장과 원스톱의 각종 편의시설과 업무강도 등을 종합해 비교하면 국내 최강으로 꼽을 만하다. 4월의 벚꽃축제와 드넓은 잔디밭은 '보너스'.

눈에 보이지않는 혜택도 수두룩하다. 만성적자인 공기업의 고임금은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다. 국감장에 불려나온 공기업 사장이나 이사장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비판이다.

국회 사무처도 국감을 받지만 거의 요식행위에 가깝다. 국회운영위가 실시하는 국감은 사무처의 인력 운영 예산 등과 같은 실무적 현안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여야간 매번 입씨름으로 끝난다.

지난해는 ‘미디어법 처리’관련 녹화테이프를 둘러싼 설전으로 끝났다. 통상 국회사무총장은 여당에서 맡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은 ‘제식구감싸기’식으로 넘어가고 야당은 운영현황 등의 실태를 따질 여유가 없다. 사무처 직원입장에서는 여야 의원보다 총장만 받들면 되는 셈이다.

게다가 그 총장도 2년마다 교체된다.이런 구조 때문에 “국회의 실질적 주인이 사무처직원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국회의원은 4년마다 국민이 재고용을 결정하는 계약직인데다 재계약률도 30% 밖에 안되는 반면 사무처 직원들은 평생 고용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삼성 LG 등 국내 주요 기업과 과천청사,부동산,증권 등의 출입 경험으로 봤을때 이처럼 다양한 원스톱 복지시설과 인사,예산,심지어 감사까지 자유로운 국회사무처를 능가할 만한 곳은 거의 없어보인다.이 정도면 국회 사무처를 서울의 바티칸시국으로 부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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