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하락세가 심상찮다. 4개월 가까이 내림세가 지속되면서 전문가들의 전망도 예년과 달리 낙관적이지 않다. 전문가 설문에서도 비슷했다. 바닥을 찍고 상승할 수 있는 변곡점이 의외로 늦게 나타날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집값이 언제쯤 오르겠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내년을 찍었다. '연내 상승'전망은 매우 낮았다.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상승 시점이 와도 오름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이 많았다. 상승폭도 작고 그나마 짧게 끝나기 쉽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주택업계에서도 상당히 공감을 하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은 '3중고'에 시달리는 양상이다. 12만채에 육박하는 미분양,경기침체에 따른 극심한 거래 부진,이로 인한 가격 하락세 등이 그것이다.

이는 또다른 악재를 만들어낸다.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매수기반을 취약하게 한다. 이는 다시 거래 위축과 매물 적체,가격 하락의 사이클을 그린다. 문제는 이 순환고리가 끊어질 계기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점이다.

또한 작년부터 집중 공급되기 시작한 보금자리주택도 분양시장에서 고스란히 명암을 드러내고 있다. 무주택자들의 주택난 해소와 집값 안정에는 공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얼어붙은 민간분양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들의 자금난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해 부도를 맞는 업체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어음부도율 현황에 따르면 1~3월 부도 건설업체 수는 80개에 달했다. 특히 2월 22개사에서 3월 들어 37개사로 15개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요자들의 궁금증은 역시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에 쏠린다. 이번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도시형생활주택 · 고시원 등 소형주택,오피스텔 등 준주택을 권했다. 역세권에 있는 소형 아파트도 추천했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시세 차익을 내는 상품이 아니란 점이다. 시장 침체기에는 월세 등 임대료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이 안전하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들도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수익형 소규모 부동산에 주목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전세를 구하거나 이사를 할 수요자들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집중된 서울 은평 · 길음 · 미아뉴타운을 돌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재건축시장 역시 큰 변동 없이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게 부동산업계의 전망이다. 단기 시세차익 매력이 크게 둔화돼 매수세가 사라진 탓이다. 다만 서울시 의회가 '재건축 가능 연한 단축' 관련 조례를 6월에 재상정한다면 약간의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