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공모 가격 주당 11만원은 시장 예상치였던 10만원대 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업종 대표주로서의 프리미엄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10년 넘게 끌어온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차 부채 해결할 듯

삼성생명 공모 과정에서 삼성차 채권단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 3443만주를 구주매출로 처분해 모두 3조85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차 부채 원금 2조4500억원보다 훨씬많은 금액이다.

삼성은 1999년 삼성차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단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약 350만주(액면분할 후 3500만주)를 채권단에 제공했다. 당시 기준으로 삼은 가격은 70만원(액면 분할 후 7만원)이었다. 공모가가 7만원 아래로 결정됐다면 이 회장이 500만주(액면분할 전 50만주)를 추가로 출연해야 했다. 하지만 공모가가 이보다 높게 정해지면서 이 회장이 추가로 책임을 지는 일은 피하게 됐다.

◆연체이자 추가부담은 법원판결에 달려

남은 문제는 삼성이 채권단에 연체이자를 갚을 수 있느냐 하는 것.연체이자는 삼성과 채권단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아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채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채권단은 삼성이 2000년 12월 말까지 삼성생명 상장으로 빚을 갚고 나머지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약속했는데 상장이 지연됐기 때문에 당초 약속한 대로 연 19% 연체이자를 내라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2001년 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법정 이자율 연 6%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양측이 모두 반발해 2심이 진행되고 있다. 만약 이자 규모가 1심 판결과 비슷하게 6900억원 선에서 결정되면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한 금액으로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지분 매각 대금 중 삼성차 부채 원금을 제하고도 1조4000억원이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채권단의 당초 요구액인 2조2088억원을 받아들인다면 모자라는 돈은 연대 보증을 선 삼성 계열사들이 메워야 한다.

삼성과 채권단은 공모가 끝나면 채권단 지분을 팔아서 확보한 자금으로 일단 원금은 정산하고 나머지는 소송이 끝난 뒤 이자 규모가 결정될 때까지 공동관리하기로 했다.

◆업종대표주 프리미엄 충분히 반영

삼성생명의 공모가 11만원은 업종 대표주로서의 프리미엄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삼성생명 공모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공모가를 9만~11만5000원으로 설정했다. 공모가 11만원은 이 범위 상단에 해당한다. 수요 예측 후반으로 갈수록 예상치가 높아졌던 점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당초 시장의 평균 예상치(10만원대 초반)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할 때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22조원에 달한다. 23일 종가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신한지주,한국전력에 이어 시가총액 6위에 해당한다. 금융업종 중에선 신한지주(22조5482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이 국내 최고 금융회사 대우를 충분히 받았다"고 평가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11만원이면 유럽 생보사와 비슷한 밸류에이션으로,국내 업종 대표주로서의 프리미엄이 충분히 반영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공모가 수준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배 수준으로 손보사에 비해 투자 매력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다음 달 3~4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같은 달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공모물량은 총 4443만7420주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40%,국내 기관에 20%,일반 청약 20%,우리사주조합 20% 등으로 배정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