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파워-3부 변곡점] (1) 화훼농장 잡부까지 수출…일방주의 겹쳐 '反中정서'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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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속 논란 '차이나 웨이'
'중국,알제리에 4000만달러짜리 오페라 하우스 기증.' 로이터통신의 지난 23일 기사 제목이다. 알제리의 반중(反中) 감정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게 중국의 속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알제리에서 중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발생한 대규모 반중 시위를 의식한 '정치적 기부'라는 진단이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으로 인한 마찰이 속출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 노동자 유입 제한을 겨냥해 이민법을 개정했고,호주에서는 중국 자본의 자원 싹쓸이를 견제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반(反)중국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분쟁 건수는 101건(116억8000만달러 규모)으로 2008년의 62건(62억달러 규모)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과 유럽의 전유물이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규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개발도상국들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각국의 공통 견제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이나 이란 핵 문제,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등 국제 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중국에 대해 "자신감이 아닌 오만함의 표현"(파리드 자카리아 뉴스위크 편집장)이라는 비난까지 등장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이 중국 밖의 세상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덩밍슝 홍콩 중국연구소 연구원)는 말이 과장만은 아니다.
◆확산되는 '차이니즈 고 홈'
지난해부터 베트남 알제리 인도 등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구호가 '차이니즈 고 홈(Chinese go home · 중국인은 물러가라)'이다. 지난해 알제리에서 중국인과 알제리인 간에 집단 싸움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크고 작은 반중국 시위가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남부의 최대 무장단체 '델타해방운동'은 중국의 석유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지 않으면 보복 테러에 나서겠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반중국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중국인이 세우거나 건설 중인 사업장에 현지인이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이유다. 작년 11월 말까지 중국이 해외에 송출한 근로자는 78만명으로 2000년 한 해 동안의 42만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네덜란드의 화훼농장 잡부부터 중동의 신문배달부까지 모조리 중국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뉴욕타임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도로 건설 사업을 하고 있는 차오란 화언건설 사장은 "현지 노동자들의 기술이 숙련되지 못하고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어 값이 더 비싼 중국 노동자를 데려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중국 정부의 압력 때문"(덩 연구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차이나 달러'에 목마른 각국 정부가 중국의 이 같은 '일자리 빼앗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베트남에서는 오히려 중국에 비판적인 블로그를 폐쇄하고,언론이 반중국적인 기사를 다루지 못하도록 하는 등 중국 눈치보기에 바쁜 상황이다.
◆고조되는 '중국 일방주의' 논란
중국에서는 2년 전에 출간된 '중궈부가오싱(中國不高興 · 중국은 기분 나쁘다)'이란 책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중국을 싸구려 상품을 파는 나라로 취급하고,주권에 간섭하며,중국인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서방을 통렬히 비판한 책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거꾸로 세계는 중국에 기분이 상해 있고 경계심이 높아져 있다. "(박승호 베이징스콜코보연구소장)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이 과거 미국의 일방주의와 비슷한 '투이투지(推土機 · 불도저)식 전술'로 중국의 생각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투이투지식 외교는 '3T'에서 잘 나타난다. 대만(Taiwan · 영토),티베트(Tibet · 인권),톈안먼(Tiananmen · 체제) 등 영어 알파벳 T자로 시작하는 3가지 단어는 중국인에게 건네지 말아야 할 금기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직전 티베트 인권 문제를 제기한 프랑스에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쳐 결국 백기항복을 받아냈다. 수단의 인권 탄압 정부를 지원하며 자원을 확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서방의 악의에 찬 편견"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는 감축 기준을 총량이 아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하자며 '차이나 스탠더드'를 내세웠다.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형제국인 인도와 브라질마저 위안화 절상을 촉구할 정도로 세계 각국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외국이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며 요지부동이다.
◆떠오르는 '속도조절론'
중국으로 인한 갈등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뉴스위크의 멜린다 리우 베이징 지부장은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로 떠오른 야오밍이 중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지만 실제로 그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선수에 불과하다"며 "중국은 더 많은 부분에서 성숙해져야 하는 야오밍과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톈쉬 홍콩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서방은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을 오만한 국가라고 지적하기 전에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인정하고 새로운 질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호 소장은 "중국의 성장속도를 세계는 물론 중국 스스로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중국은 인류 보편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 좀 더 당당할 수 있어야 하고,서방은 중국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서방 간의 '신(新)냉전'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변화 속에서 조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세계 곳곳에서 중국으로 인한 마찰이 속출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 노동자 유입 제한을 겨냥해 이민법을 개정했고,호주에서는 중국 자본의 자원 싹쓸이를 견제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반(反)중국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분쟁 건수는 101건(116억8000만달러 규모)으로 2008년의 62건(62억달러 규모)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과 유럽의 전유물이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규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개발도상국들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각국의 공통 견제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이나 이란 핵 문제,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등 국제 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중국에 대해 "자신감이 아닌 오만함의 표현"(파리드 자카리아 뉴스위크 편집장)이라는 비난까지 등장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이 중국 밖의 세상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덩밍슝 홍콩 중국연구소 연구원)는 말이 과장만은 아니다.
◆확산되는 '차이니즈 고 홈'
지난해부터 베트남 알제리 인도 등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구호가 '차이니즈 고 홈(Chinese go home · 중국인은 물러가라)'이다. 지난해 알제리에서 중국인과 알제리인 간에 집단 싸움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크고 작은 반중국 시위가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남부의 최대 무장단체 '델타해방운동'은 중국의 석유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지 않으면 보복 테러에 나서겠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반중국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중국인이 세우거나 건설 중인 사업장에 현지인이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이유다. 작년 11월 말까지 중국이 해외에 송출한 근로자는 78만명으로 2000년 한 해 동안의 42만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네덜란드의 화훼농장 잡부부터 중동의 신문배달부까지 모조리 중국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뉴욕타임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도로 건설 사업을 하고 있는 차오란 화언건설 사장은 "현지 노동자들의 기술이 숙련되지 못하고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어 값이 더 비싼 중국 노동자를 데려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중국 정부의 압력 때문"(덩 연구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차이나 달러'에 목마른 각국 정부가 중국의 이 같은 '일자리 빼앗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베트남에서는 오히려 중국에 비판적인 블로그를 폐쇄하고,언론이 반중국적인 기사를 다루지 못하도록 하는 등 중국 눈치보기에 바쁜 상황이다.
◆고조되는 '중국 일방주의' 논란
중국에서는 2년 전에 출간된 '중궈부가오싱(中國不高興 · 중국은 기분 나쁘다)'이란 책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중국을 싸구려 상품을 파는 나라로 취급하고,주권에 간섭하며,중국인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서방을 통렬히 비판한 책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거꾸로 세계는 중국에 기분이 상해 있고 경계심이 높아져 있다. "(박승호 베이징스콜코보연구소장)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이 과거 미국의 일방주의와 비슷한 '투이투지(推土機 · 불도저)식 전술'로 중국의 생각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투이투지식 외교는 '3T'에서 잘 나타난다. 대만(Taiwan · 영토),티베트(Tibet · 인권),톈안먼(Tiananmen · 체제) 등 영어 알파벳 T자로 시작하는 3가지 단어는 중국인에게 건네지 말아야 할 금기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직전 티베트 인권 문제를 제기한 프랑스에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쳐 결국 백기항복을 받아냈다. 수단의 인권 탄압 정부를 지원하며 자원을 확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서방의 악의에 찬 편견"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는 감축 기준을 총량이 아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하자며 '차이나 스탠더드'를 내세웠다.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형제국인 인도와 브라질마저 위안화 절상을 촉구할 정도로 세계 각국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외국이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며 요지부동이다.
◆떠오르는 '속도조절론'
중국으로 인한 갈등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뉴스위크의 멜린다 리우 베이징 지부장은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로 떠오른 야오밍이 중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지만 실제로 그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선수에 불과하다"며 "중국은 더 많은 부분에서 성숙해져야 하는 야오밍과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톈쉬 홍콩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서방은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을 오만한 국가라고 지적하기 전에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인정하고 새로운 질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호 소장은 "중국의 성장속도를 세계는 물론 중국 스스로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중국은 인류 보편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 좀 더 당당할 수 있어야 하고,서방은 중국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서방 간의 '신(新)냉전'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변화 속에서 조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