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더 이상 외국 기업에 레드 카펫을 깔아주지 않는다. "(수전 셔크 UC샌디에이고 교수)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대한 우대 혜택을 없애고 자국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마찰이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선 중국법'이란 원칙을 내세우며 '차이나 스탠더드'를 준수할 것을 요구,무역분쟁으로 비화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가상공간인 인터넷을 통제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중국이 외국 기업에 중국의 룰을 준수하라는 압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휴렛팩커드(HP) 등 외국 PC업체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 업체가 만든 '그린 댐'(Green-Dam)이라는 웹 필터링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청소년들의 음란 사이트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미국 무역대표부(USTR)까지 나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반대해 중국 정부가 일단 뒤로 물러섰지만,HP 등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애플도 지난해 아이폰을 중국에 팔면서 차이나 모바일로부터 무선랜 기능을 중국 기준에 맞게 수정할 것을 요구받았다. 중국에서 무선랜은 중국이 독자 개발한 기술표준(WAPI)만이 합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은 무선랜 기능을 뺀 절름발이 아이폰을 중국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그 결과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최근 발생한 구글의 중국 본토 철수 역시 국제 기준과 다른 중국 내 기준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다. 중국은 모든 인터넷 검색에 사전검열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외국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란 비판 때문에 취소하긴 했지만 중국 정부는 정부 조달 대상 물품을 중국의 지식재산권이 포함된 것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외국 기업에 특혜를 주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불공정한 거래로 중국 기업들이 피해를 봤던 만큼 공정한 경쟁체제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허시유 푸단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특혜를 보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외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일련의 조치는 공정한 경쟁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