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이라는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2001년 미국에서 3000명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9 · 11테러 당시 미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이 분노는 곧 애국심으로 바뀌었다. 전국 곳곳에 검은띠를 두른 성조기가 휘날리고 'We love America'라는 포스터가 나붙었다. 누구도 테러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다며 정부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천안함 사고로 희생된 젊은 병사들을 생각하면 우리도 치미는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 이를 악물고 참아야 한다. 그리고 검은띠를 두른 태극기를 전국에 내걸고 단결을 외치며 애국심을 발휘할 때다. 이번 일을 놓고 서로 손가락질하며 정치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침몰 원인을 철저히 밝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의 단결과 애국심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응징을 하려면 국제사회의 호응과 동정을 얻어야 한다.

광화문 네거리 규탄대회는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낭비할 시간도 없다. 또 장관이나 책임자 몇 사람을 자르는 식의 임기응변 역시 제대로 된 대응은 아니다. 안보에 구멍이 난 책임은 나중에 국회 청문회를 통해 물어도 충분하다. 9 · 11테러와 관련해 당시 부시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실 국제조사팀이 면밀한 조사를 통해 북한을 천안함 침몰의 배후로 지목해도 북한은 이를 부정할 게 뻔하다. 그러니 국제사법재판소에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문제가 곧 해결되긴 어렵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강제적 관할권이 없고,그 판결을 당사국이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정도다. 이 과정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시간도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직접 안보리에 호소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거부권 행사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어떠한 제재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안건은 부결된다.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이 반 세기 넘게 거부권을 휘두르고 있는 지금의 유엔 안보리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차제에 미국을 설득해 G20(주요 20개국) 국가들이 상임이사국을 대신하고 모든 안건은 다수결로 정하는 안을 유엔 총회에 제출하는 것이 옳다. 우리가 G20 국가의 일원으로 안보리 이사국이 되면 효과적인 응징이 가능할 것이다.

천안함 사고에 대해 공연히 감정에 치우쳐 부분적 무력행사를 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가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임을 강조하는 것이 낫다. 이를 위해 모두 단결해 애국심을 온 세계에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밀고 나가야 한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