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무자본으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회사 자금 1786억원을 횡령 및 배임하고 차명계좌를 통한 유상증자,‘검은 머리 외국인’과 공모한 주가조작 등 ‘종합세트 비리’를 저지른 코스닥 기업 전 대표가 검찰에 기소됐다.
▶한경 4월9일자 A17면 참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유상범)는 코스닥 상장사인 액티투오와 에스씨디의 전 대표 박모씨(43)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 상 부정거래행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회사 임직원 및 사채업자 1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검찰이 지난 2월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새로 도입된 부정거래행위 조항을 적용해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액티투오,에스씨디,에듀패스,엔티피아 등 코스닥 상장사 4곳과 대영강재,한국엠오비 등 비상장사 2곳을 차례로 인수해 이들 회사의 자금 1132억여원을 자신이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하는 형식으로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또 유상증자 성공을 가장하고 주가를 조작하기 위하여 사채업자들에게 자금을 차용하며 원리금 보장의 담보로 654억원 상당의 회사 당좌수표 및 어음을 제공해 배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는 사채업자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사실상 무자본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삿돈을 횡령해 인수자금을 갚고, 경영 위기에 처하면 또다른 회사를인수해 자본을 늘리는 등 문어발식 인수ㆍ합병(M&A)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박씨는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사채업자 등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격 하락을막기 위해 2008년 11월∼2009년 1월 에스씨디 등 회사 주가를 조작해 3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씨는 홍콩계 P사모펀드의 실소유주인 한국인 사채업자 문모씨에게 주가 등락에 상관없이 원금과 이자를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에스씨디 주식을 사들이게 해 마치 외국인 투자자들이 에스씨디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가장했다.박씨는 자신도 직접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에스씨디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주가가 오르자마자 차명으로 사놓은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검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세조종과 위계를 별건으로 봤지만 자통법상 부정거래행위 조항이 새로 도입돼 박씨의 범죄를 통틀어 처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액티투오가 자기자본 50% 이상의 손실을 입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처하자 비상장회사인 한국엠오비와 대영강재를 차례로 인수해 손실 비율을 낮췄고, 대영강재를 액티투오에 흡수 합병시켜 대영강재 자금 170억여원의 횡령 사실을 감췄다고 검찰은 전했다.

코스닥시장상장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회사가 비상장회사와 합병할 때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주주는 2년간 주식을 매매할 수 없지만,박씨는 차명으로 액티투오와 대영강재의 합병신주 185억원어치를 사들여 이 제한규정을 피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검찰 관계자는 “회삿돈 횡령과 배임, 주가조작, 차명 유상증자 참여 등 무자본 인수합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범죄들의 종합판”이라고 말했다.검찰은 박씨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외국계 펀드 P사가 실제로는 국내 문모씨가 운용하는 회사인 것으로 보고 문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