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가 허용될 전망이다. 이달부터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시작된 가운데 수입와인을 차별 대우할 경우 통상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와인이 인터넷으로 팔리게 되면 맥주나 소주 업계도 온라인 판매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25일 "최근 국무조정실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내년 4월부터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원칙적으로 허용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종 시행 여부와 시기,구체적 판매방법 등은 이달 허용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상황을 분석 · 평가해본 뒤 내년 4월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동안 전통주 이외에 수입 주류나 나머지 국산 주류에 대해 온라인 판매가 이뤄질 경우 인터넷에 술이 넘치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정부의 입장 전환은 이달부터 민속주와 농민주에 한해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자 수입와인 업계가 동등한 대우를 강력히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농 · 임업인과 협동조합 등이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는 주류 △문화재청장,특별시 · 광역시 시장,도지사가 추천하는 민속주 △전통식품명인 중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추천하는 주류에 한해 1인당 하루 50병으로 제한해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머루와인 · 복분자주 등은 인터넷으로 팔 수 있는데 비슷한 주종인 와인은 수입산이란 이유로 막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이에 따라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도 허용해줄 것을 공정위에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주한미국상공회의소 ·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등도 수입와인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하는지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다. 주류산업을 관리하는 국세청은 그동안 술 소비가 늘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온라인 판매에 반대해왔지만,공정위는 지난해 9월 대통령 보고를 통해 주류시장 경쟁 제고와 전통주 육성을 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공론화했다. 이에 따라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올해 국세청이 관련 규정을 고치면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시작됐다.

다만 이번 국무총리실의 중재 이후에도 국세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공정위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규제 완화 추진과제로 올리는 방안은 당분간 보류키로 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주류는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유통마진이 많아 소비자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판매를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국세청과의 세부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수입와인을 풀면 맥주 소주 등 다른 주류에 대한 인터넷 판매를 막을 명분도 없어진다"며 "술의 유통을 규제하지 않으면 국민건강 악화 등 폐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도수가 14~15%인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가 시작될 경우 이보다 도수가 낮거나 비슷한 맥주 소주 등의 온라인 판매를 막을 근거가 없어져 주류의 인터넷 유통이 전면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