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혼 피하기
"저와 잠시 결혼해 주시겠어요?" 혼기를 맞은 서구 젊은이들이 청혼할 때 이렇게 말하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일단 같이 살아보다가 성격이나 취향이 맞지 않으면 가차없이 헤어지는 풍조를 꼬집는 우스개다. 부부의 인연을 하늘이 맺어준 것으로 여겼던 어르신들이 들으면 기겁할 테지만 세태는 변해가고 있다.

프랑스 미래학자 파비엔 구 보디망은 앞으로 평균수명이 100세를 넘으면서 웬만한 사람은 두세 차례씩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명이 늘어나고 결혼관이 바뀌면서 백년해로해야 한다는 생각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세계적 지성으로 꼽히는 자크 아탈리는 한술 더 뜬다. 미래에는 사람마다 몇개씩의 가정을 가진다는 거다. 부모가 여러 가정에 소속되고 아이들은 동시에 여러 아버지와 어머니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혼 제도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형식과 내용은 확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한 부부는 12만3999쌍으로 2008년 11만6535쌍보다 7464쌍(6.4%) 증가했다. 사유는 성격 차이가 46.6%로 가장 많았고 경제 문제가 14.4%로 뒤를 이었다. 이혼에 대한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실제로 갈라서기까지 당사자들이 겪는 마음고생은 보통을 넘는다. 부부가 함께 하는데서 얻는 정서적 안정은 생각보다 크고,경제적으로 적지않게 득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 플라워 교수는 결혼의 경제적 가치를 한 해 10만달러로 추산했다.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한 사람이 결혼한 사람만큼 행복을 느끼려면 매년 10만달러가 더 들어간다는 분석이다. 폭력 불륜 사기 등 극단적인 경우라면 모를까 이혼까지 가지 않는 게 낫다는 얘기다.

관건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가족심리치료 전문가인 존 가트맨 워싱턴대 교수는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부부싸움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비난 변명 경멸 담쌓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대화를 통해 끊어라"는 처방을 내린다. 비난을 하다 보면 변명을 일삼게 되고 그것이 경멸 · 단절로 악화돼 이혼에 이르는 만큼 '대화의 길'만은 열어놓는 게 절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부부 사이뿐 아니라 정치 ·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기본도 결국은 대화다. 어떻든 소통이 돼야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게 아닌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