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해외 유연탄광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인도네시아 남부 수마트라 지역의 KBB탄광 개발권을 갖고 있는 중소업체 '써클원'과 이 회사에 지분을 투자한 SK네트웍스 간 갈등과 법적 분쟁으로 사업이 1년 이상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KBB탄광 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인근 지역의 발전 항만 철도 도로건설 등 경제협력 사업을 진행키로 합의한 상태여서 사업 중단시 적지 않은 외교적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25년 만의 탄광 확보 물거품되나

매장량만 2억3000만t에 달하는 KBB광산 개발 사업은 2007년 써클원이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채굴권을 확보한 뒤 SK네트웍스가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본격화됐다.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 탄광 개발권을 획득하기는 1982년 ㈜삼탄에 이어 25년 만이다.

SK 측은 당시 2000만달러를 투자,써클원의 지분 23.5%를 확보했으며 자체 실사를 통해 매장량을 확인한 뒤 채굴을 위한 설비투자를 집행하기로 써클원 측과 약속했다.

그러나 국제 유연탄 가격이 떨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SK 측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 약속한 개발자금 투입을 중단,개발이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급기야 SK는 지난달 써클원이 광구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부 투자비를 유용한 혐의가 있다며 투자금 반환소송을 제기,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써클원은 이에 대해 "SK 측이 지분투자 이후 직접 타당성 조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경제성과 원가분석까지 끝냈다"며 "SK 측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개발자금 지급을 미루면서 오히려 탄광 개발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기업에 자국의 탄광개발권을 일절 주지 않고 있다"며 "기적적으로 확보한 사업 기회가 국내 업체 간 주도권 갈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써클원이 사업권 자체를 해외업체에 매각한 뒤 SK 측에 투자금을 돌려주고 손을 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 인도네시아 경협도 위기

KBB 탄광사업은 자체 탄광 개발뿐만 아니라 탄광 판매를 위해 300㎞의 전용 철도 및 항구개발 등 인도네시아 내륙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KBB탄광 개발은 풍부한 매장량을 기반으로 철도,항만 등 지역 인프라 개발과 현지 발전시장 진출 등 자원 패키지딜의 성공적 모델로 정부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KBB에서 생산되는 유연탄을 활용한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도 국책과제로 선정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주관하고 있다. 여기에는 광물자원공사와 석탄공사,포스코 등 에너지 공기업과 민간회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전력 산하 서부발전도 KBB 탄광에서 생산되는 유연탄을 연료로 쓰는 100㎿급 화력발전소 2기를 인근에 설립,일본과 중국이 독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전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지 주정부와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이미 사업타당성 조사까지 끝낸 상태인데 탄광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전소 사업 자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SK와 써클원의 법적 분쟁이 알려지면서 모든 절차가 올스톱된 상태다. 지식경제부와 서부발전 등 관련 기업들도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012년 4월 말까지 탄광생산을 시작하지 못하면 광업권을 취소당할 수 있다"며 "자칫 인도네시아 정부와 외교적 분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심기/주용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