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일명 '검은 머리 외국인'을 자본시장법으로 기소한 첫 사례가 나왔다. 과거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을 동원해 마치 외국인들이 투자한 것처럼 속인 경우 처벌규정이 모호했지만 지난 2월 도입된 자본시장법에선 이런 행위를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로 보고 포괄적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유상범)는 코스닥 상장사인 액티투오와 에스씨디의 전 대표 박모씨(43)를 자본시장법 상 부정거래행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회사 임직원 및 사채업자 1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한경 4월9일자 A17면 참조 남의 돈으로 2년간 11개社 M&A 하더니…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홍콩계 P사모펀드의 실소유주인 한국인 사채업자 문모씨에게 주가 등락에 상관없이 원금과 이자를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에스씨디 주식을 사들이게 해, 마치 외국인 투자자들이 에스씨디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가장,3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과거 증권거래법상 '위계'의 개념이 다소 모호해 논란이 있었지만 자본시장법에서는 이를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가벌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3년 법원은 A사가 인수를 추진 중인 모 카드회사에 대해 감자설을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린 후 저가에 인수한 사건에 대해 "A사가 감자 가능성이 크다고 했을 뿐 확정 내용을 발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석,위계에 의한 시세조종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적이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