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스마트랩스 정세주 CEO "뮤지컬 관련사업 잇단 실패…'피트니스 앱'으로 히트"
"뮤직비디오 방송사인 MTV 본사에서 근무했고 뉴욕 브로드웨이에선 뮤지컬도 제작했죠.결국 '폭삭' 망했지만요. 당시 알고 지내던 구글 개발자가 있었는데 저에게 아이디어를 주면서 같이 회사를 차리자고 하더군요. "

지난해 구글이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개발사로 꼽힌 미국 벤처회사 워크스마트랩스를 이끌고 있는 정세주 공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 30)가 밝힌 창업 동기다. 그는 5년 전 미국으로 떠났다. 가수 박진영씨가 미국 시장에서 음반 프로듀서로 대성공을 거둔 것에 자극받아서였다.

"미국에 혈혈단신으로 간 박진영씨가 '대박'을 터뜨리는 걸 보니까 욕심이 나더라고요. 나라고 못할 건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스무살 때 창업을 했는데 외국 희귀 음반을 파는 쇼핑몰을 만들어 한때 잘나가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에 음악,뮤지컬 관련 일을 한 것도 비슷한 이유죠.결국 실패했지만 다시 새로운 기회가 왔던 거죠."

정 CEO는 스마트폰 앱 사업이 뜰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저와 함께 창업한 친구는 구글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인재입니다. 기술과 피트니스(운동)를 결합한 사업을 얘기하는데 '이거다' 싶었죠.창업하고 나서 구글에서 두 명을 더 데려오고 IBM 등에서도 스카우트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

워크스마트랩스가 구글의 온라인 앱 장터인 안드로이드마켓에서 대대적 성공을 거둔 '카디오 트레이너'란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카디오 트레이너는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운동을 하면 알아서 경로,거리,속도,경사도,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해 주는 앱이다. 안드로이드마켓이 처음 문을 연 2008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헬스 · 피트니스 부문에서 줄곧 1~2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닌텐도의 글로벌 히트 게임 '위(Wii)'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워크스마트랩스는 카디오 트레이너를 무료로 공급하며 다이어트 프로그램,운동 게임 프로그램 등을 부가 서비스로 개발해 유료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정 CEO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업데이트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개발자들이 만든 앱의 수정이나 보완도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프로그램 안에 각종 고급 서비스를 추가하는 전략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앱 관련 사업이 뜨고 있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전략적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사업에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언어 문제도 지적했다.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뛰어난데 엉터리 영어나 사용자 환경(UI) 등의 문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정 CEO는 최근 한국 정보기술(IT) 시장이 조금은 뒤처진다는 느낌도 받는다고 했다. "제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LG전자의 초콜릿폰 같은 제품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한국이 훨씬 앞섰죠.하지만 3년여 전부터 미국에서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급격히 유행하고 아이폰이 나오더니 완전히 바뀌더군요. 그들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줄을 서는 찰나에도 스마트폰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접속해 쿠폰을 내려받아 할인받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정말 모든 게 변화하고 있죠."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