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임대료가 작년 상하이모터쇼의 1.8배예요. 가격이 비싼데도 필요한 만큼 공간을 구하지 못해 난리입니다. "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23일 개막한 '오토 차이나 2010'에서 만난 한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다. 이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발돋움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내 전기차 업체 CT&T는 비싼 임대료를 내겠다고 나섰는데도 끝내 공간 확보가 어렵자 전시회 참가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출품작의 수준도 이전 중국 모터쇼와 구분됐다. 현대 · 기아자동차,폭스바겐,BMW 등 주요 업체들은 이번 전시회에 개발 단계부터 중국 소비자들 취향을 고려한 신차들을 줄줄이 선보였다. 주요 참가업체 CEO들도 대부분 전시회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오토 차이나'의 상전벽해(桑田碧海)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오토 차이나가 프랑크푸르트,제네바,파리 등 글로벌 '빅3' 모터쇼보다 더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힘도 한층 세졌다. 중국 토종 브랜드 BYD는 소형 세단 L3,중형세단 i6,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6 등 내수용 신차 3종을 전시했다. 상하이차는 합작사인 상하이폭스바겐 및 상하이GM과 별도로 부스를 차려놓고 독자 모델 '로위'를 내놓았다. 현대차의 파트너인 베이징차,장안차,광저우차 등도 독립부스를 차려 놓고 자체 제작한 전략 차종들을 선보였다.

전시회에 참가한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자동차 업체의 기술 수준과 디자인 역량이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한국 자동차 업체들과의 격차가 3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의 합작을 통해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한 중국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관련 업체들은 중국 시장을 발판 삼아,글로벌 메이저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에 배울 것이 없어지는 순간이 예상보다 일찍 올 수도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제일 먼저 도요타나 폭스바겐이 아닌 BYD 부스를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송형석 베이징/산업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