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소수민족 분쟁지인 신장위구르 지역을 15년 동안 철권 통치해온 왕러취안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66)를 전격 교체했다. 그동안 고수해왔던 강압적인 통치 방식을 경제발전을 통한 온건 유화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2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왕 서기를 공산당중앙위원회의 정치 · 법률집행위원회 부서기로 전보 조치하고 후임에 장춘셴 후난성 공산당 서기(57)를 임명했다.

산둥성 출신의 왕 서기는 1995년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로 임명된 이후 강압적인 통치로 일관해 '신장왕(新疆王)'으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1990년대 신장위구르 독립조직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펼쳐 민족 간 감정을 격화시켰다.

지난해 7월 이 지역에서 200여명이 사망하는 유혈폭동 사태가 났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한족 시위대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중국에서 시위자들이 공개적으로 고위 관료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계속 그의 사퇴설이 흘러나왔다. 청위석 홍콩시립대 정치학 교수는 "이번 인사 조치는 중국공산당이 사실상 왕 서기를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장 지역 최고지도자 교체는 중국 공산당이 이 지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본래 왕 서기의 후임으로는 창웨이 칭하이성 당서기,멍젠주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 등이 유력했으나 장 서기가 최종 낙점됐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이날 장 서기의 임명을 발표하면서 "장 서기는 자유분방한 성격에 혁신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지도자"라며 "그가 신장위구르 지역의 민족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정치평론가인 진종은 "지도자가 교체됐다고 해서 신장의 민족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며 "그러나 장 서기는 전임자에 비해 훨씬 온건하고 개방적이며 신장 지역의 정책기조도 바뀔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 계획에서 서부대개발을 경제 ·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장 등 서부 지역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서부경제 발전에 우호적인 조치를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향후 10년은 서부대개발의 관건적인 시기로 민생 개선 지원 정책을 더 강력히 펼치고 자금 투입을 확대해 효과적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