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를 받는 의사 약사도 처벌하는 '쌍벌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제약업계가 또 한번 울고 웃을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 해당 약가의 20%를 인하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이 시행된 이후 두드러졌던 중소 제약사들의 높은 성장률이 꺾일 것이란 분석이다. 리베이트 비용이 줄어든 대형 제약사들의 이익률이 크게 개선되는 가운데 양극화된 제약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업계 평균을 밑돌던 중소 제약사의 원외처방(약국 조제 의약품)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부터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대웅제약 동아제약 한미약품을 비롯한 대형 제약사들의 증가율이 20%를 기록하는 동안 대한뉴팜 씨트리 등 중소 제약사의 평균 증가율은 29%에 달했다.

이 같은 중소형 제약사의 호조세는 리베이트 규제로 대형사의 영업이 움츠러든 데 따른 결과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당국의 단속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이에 중소 제약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 제약사인 A사 관계자도 "제약업계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공격적인 영업으로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소 제약사들은 회사에 따라 15~20%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대형사들은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이익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트레이드증권은 대웅제약의 1분기 영업이익이 31.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매출은 10.3%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과도기적인 모습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쌍벌제 등의 도입으로 중소 제약사의 공격적인 영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미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소형 제약사들이 계속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는 힘든 만큼 1분기 실적 호전은 본격적인 업계 구조조정 전의 '끝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제약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이 투자의 잣대로 기능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줄어든 리베이트 비용을 연구 · 개발에 투자해 얼마나 가시적인 결과를 내느냐가 제약사의 장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