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V 북미 1000만대 시대] (上) "삼성 北美매장 쇼티지 스트레스…주문량 40%도 못맞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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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부문 사장 2박3일 동행기……(上)독주시대 개막
"지금 북미 TV시장에서 최대 적은 쇼티지(shortage · 물량 부족)입니다. 지난달 본사 공급은 요청한 물량의 40%에도 못 미쳤습니다. " 지난 14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TV부문(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을 만난 현지법인장 이용일 상무는 '쇼티지 스트레스'부터 하소연했다.
삼성전자의 북미지역 판매법인들은 요즘 소니 등 경쟁 업체보다 더 무서운 '전쟁' 상대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본사 생산담당 부서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LED TV에 이어 6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3D TV 수요가 폭발,주요 매장마다 판매 물량 추가 요구가 쇄도하고 있어서다. 윤 사장과 2박3일간 북미시장을 동행하면서 만난 현지법인 관계자와 매장 책임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공급'이었다.
◆"3D TV,전쟁은 없다"
14일 캐나다 토론토 베스트바이 매장.오후 5시40분이 돼서야 윤 사장은 창백한 얼굴로 밴에서 내렸다. 15시간이 넘는 비행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매장에 들어서자 '승부사'의 눈빛은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일본 소니가 북미지역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는 곳.소니는 캐나다에만 85개에 달하는 직영매장을 갖고 있다. 직영매장은 하나도 없이 베스트바이 등 전문 유통점만을 판매채널로 갖고 있는 삼성보다 훨씬 공격적 전략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윤 사장은 곧장 TV매장으로 향했다. 매장에 도착한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베스트바이가 삼성전자만을 위해 마련해준 '삼성 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미 최대 전자제품 판매회사인 베스트바이는 한 회사만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물었다. 윤 사장은 "간단합니다. 삼성전자 제품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번다는 얘기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LED TV를 내놓은 뒤 베스트바이의 태도가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베스트바이도 어려움에 처해 있던 작년 3월,삼성은 LED TV를 내놨다. 베스트바이는 마진폭이 줄어들고 있는 LCD TV 대신 LED TV를 팔아 부족한 수익을 메울 수 있었다.
그런 베스트바이가 올해 찍은 상품은 3D TV다. 베스트바이는 별도의 '3D TV존'까지 만들었다. 말이 3D TV존이지 실은 삼성전자만을 위한 것이었다. 삼성전자 외에 베스트바이에 3D TV를 전시한 업체는 한군데도 없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3D TV를 출시한 회사는 삼성전자 외에 일본의 파나소닉밖에 없다. 그나마 현지 매장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3D TV 코너를 둘러보던 윤 사장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이래도 세계 3D TV시장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기업들 간 '전쟁'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독주'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그는 "작년에도 1년 내내 LED TV전쟁이라고 했는데 삼성전자 점유율이 80%가 넘었다"며 "이걸 전쟁이라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55인치 TV의 대중화'에 도전
3D TV 전시대에서 직접 '이건희 안경'을 쓰고 꼼꼼히 화질을 체크하던 윤 사장이 이용일 캐나다법인장을 찾았다. 그러고는 "전시 TV를 55인치로 다 바꾸라"고 지시했다. 큰 전시장에서 46인치 TV는 3D TV용으로 왜소해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디스플레이(전시) 문제가 아니었다. 삼성전자의 3D TV전략을 담은 지시였다. 키워드는 '55인치 TV의 대중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TV 대형화를 주도했다. 46인치까지 크기를 키워왔다.
윤 사장은 한 단계 더 치고 올라가야겠다고 작심한 듯했다. 올해부터는 55인치를 전략상품으로 밀기 시작했다. 3D라는 새로운 TV가 계기가 됐다. '거실 극장을 꾸며 제대로 된 3D 화면을 즐기기 위해서는 55인치가 적당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3D TV를 통해 40인치 시대를 마무리짓고 50인치 시대로 넘어가자는 구상이다. 그는 "세계 TV시장은 LCD에서 LED로 넘어온 속도보다 더 빨리 3D로 넘어갈 것"이라며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캐나다법인도 앞으로는 더 큰 TV를 팔도록 하라"는 말을 남기고 매장을 나와 차에 올랐다.
◆"소비자의 시각으로 만들라"
윤 사장이 두 번째 방문한 매장은 캐나다 최대 전자제품 유통채널인 퓨처숍.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3D존이 만들어져 있고,삼성전자 제품만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퓨처숍에서 만난 샘 니미시(26)는 "삼성 3D TV는 '와우(wow)'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대 이상이다"라고 흥분했다. 그는 게임을 즐기는 세대답게 "2D 화면을 3D로 바꾸는 기능은 게임을 할 때 더욱 유용할 것 같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베스트바이에서 제품을 산 비벡 샤마(38)도 "3D TV를 사서 보니 오랫동안 이런 것을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제품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며 만족해 했다.
윤 사장은 자신이 만든 3D TV 앞에서 안경을 쓰고 한참을 보고 있었다. 동행한 삼성 관계자는 "윤 사장은 어디를 가도 저렇게 세심하게 제품을 점검한다"며 "판매 현장을 철저히 챙기며 소비자편에서 제품을 따져보는 게 삼성 TV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매장을 떠날 때쯤 그는 다시 이 법인장을 불렀다. 그리고 "빨리 PDP로 만든 3D TV도 전시하라"고 지시했다. 상반기 내에 LED,LCD,PDP로 만든 모든 3D TV 제품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다양한 기호를 가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얘기였다.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3D TV를 내놓은 파나소닉 PDP TV의 예봉을 꺾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퓨처숍을 나온 그는 현지 중소형 매장을 한군데 둘러봤다. 그리고는 "계속 이렇게 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저녁식사 자리로 향했다. LED에 이어 기선을 제압한 3D를 앞세워 세계 TV시장에서의 '독주'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다짐이었다.
토론토(캐나다)=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삼성전자의 북미지역 판매법인들은 요즘 소니 등 경쟁 업체보다 더 무서운 '전쟁' 상대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본사 생산담당 부서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LED TV에 이어 6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3D TV 수요가 폭발,주요 매장마다 판매 물량 추가 요구가 쇄도하고 있어서다. 윤 사장과 2박3일간 북미시장을 동행하면서 만난 현지법인 관계자와 매장 책임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공급'이었다.
◆"3D TV,전쟁은 없다"
14일 캐나다 토론토 베스트바이 매장.오후 5시40분이 돼서야 윤 사장은 창백한 얼굴로 밴에서 내렸다. 15시간이 넘는 비행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매장에 들어서자 '승부사'의 눈빛은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일본 소니가 북미지역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는 곳.소니는 캐나다에만 85개에 달하는 직영매장을 갖고 있다. 직영매장은 하나도 없이 베스트바이 등 전문 유통점만을 판매채널로 갖고 있는 삼성보다 훨씬 공격적 전략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윤 사장은 곧장 TV매장으로 향했다. 매장에 도착한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베스트바이가 삼성전자만을 위해 마련해준 '삼성 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미 최대 전자제품 판매회사인 베스트바이는 한 회사만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물었다. 윤 사장은 "간단합니다. 삼성전자 제품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번다는 얘기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LED TV를 내놓은 뒤 베스트바이의 태도가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베스트바이도 어려움에 처해 있던 작년 3월,삼성은 LED TV를 내놨다. 베스트바이는 마진폭이 줄어들고 있는 LCD TV 대신 LED TV를 팔아 부족한 수익을 메울 수 있었다.
그런 베스트바이가 올해 찍은 상품은 3D TV다. 베스트바이는 별도의 '3D TV존'까지 만들었다. 말이 3D TV존이지 실은 삼성전자만을 위한 것이었다. 삼성전자 외에 베스트바이에 3D TV를 전시한 업체는 한군데도 없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3D TV를 출시한 회사는 삼성전자 외에 일본의 파나소닉밖에 없다. 그나마 현지 매장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3D TV 코너를 둘러보던 윤 사장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이래도 세계 3D TV시장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기업들 간 '전쟁'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독주'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그는 "작년에도 1년 내내 LED TV전쟁이라고 했는데 삼성전자 점유율이 80%가 넘었다"며 "이걸 전쟁이라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55인치 TV의 대중화'에 도전
3D TV 전시대에서 직접 '이건희 안경'을 쓰고 꼼꼼히 화질을 체크하던 윤 사장이 이용일 캐나다법인장을 찾았다. 그러고는 "전시 TV를 55인치로 다 바꾸라"고 지시했다. 큰 전시장에서 46인치 TV는 3D TV용으로 왜소해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디스플레이(전시) 문제가 아니었다. 삼성전자의 3D TV전략을 담은 지시였다. 키워드는 '55인치 TV의 대중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TV 대형화를 주도했다. 46인치까지 크기를 키워왔다.
윤 사장은 한 단계 더 치고 올라가야겠다고 작심한 듯했다. 올해부터는 55인치를 전략상품으로 밀기 시작했다. 3D라는 새로운 TV가 계기가 됐다. '거실 극장을 꾸며 제대로 된 3D 화면을 즐기기 위해서는 55인치가 적당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3D TV를 통해 40인치 시대를 마무리짓고 50인치 시대로 넘어가자는 구상이다. 그는 "세계 TV시장은 LCD에서 LED로 넘어온 속도보다 더 빨리 3D로 넘어갈 것"이라며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캐나다법인도 앞으로는 더 큰 TV를 팔도록 하라"는 말을 남기고 매장을 나와 차에 올랐다.
◆"소비자의 시각으로 만들라"
윤 사장이 두 번째 방문한 매장은 캐나다 최대 전자제품 유통채널인 퓨처숍.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3D존이 만들어져 있고,삼성전자 제품만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퓨처숍에서 만난 샘 니미시(26)는 "삼성 3D TV는 '와우(wow)'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대 이상이다"라고 흥분했다. 그는 게임을 즐기는 세대답게 "2D 화면을 3D로 바꾸는 기능은 게임을 할 때 더욱 유용할 것 같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베스트바이에서 제품을 산 비벡 샤마(38)도 "3D TV를 사서 보니 오랫동안 이런 것을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제품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며 만족해 했다.
윤 사장은 자신이 만든 3D TV 앞에서 안경을 쓰고 한참을 보고 있었다. 동행한 삼성 관계자는 "윤 사장은 어디를 가도 저렇게 세심하게 제품을 점검한다"며 "판매 현장을 철저히 챙기며 소비자편에서 제품을 따져보는 게 삼성 TV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매장을 떠날 때쯤 그는 다시 이 법인장을 불렀다. 그리고 "빨리 PDP로 만든 3D TV도 전시하라"고 지시했다. 상반기 내에 LED,LCD,PDP로 만든 모든 3D TV 제품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다양한 기호를 가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얘기였다.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3D TV를 내놓은 파나소닉 PDP TV의 예봉을 꺾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퓨처숍을 나온 그는 현지 중소형 매장을 한군데 둘러봤다. 그리고는 "계속 이렇게 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저녁식사 자리로 향했다. LED에 이어 기선을 제압한 3D를 앞세워 세계 TV시장에서의 '독주'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다짐이었다.
토론토(캐나다)=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