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2%대 진입] 뭉칫돈 들어오는데 대출할 곳은 없고…은행 "거액예금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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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으로 금리 내려도 이달 저축성 예금 11조 늘어
실질금리 제로시대 코앞, 예금생활자들 고통 커져
실질금리 제로시대 코앞, 예금생활자들 고통 커져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사실상 연 2%대로 떨어졌으나 이달 들어서도 은행 저축성예금에 11조원 이상 몰리는 등 은행으로의 자금집중 현상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돈까지 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뚝 떨어지면서 물가상승률(지난달 2.3%)을 뺀 실질금리는 0.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더 떨어지고 국제원유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가 오른다면 실질금리가 제로(0)상태에 접어들 가능성마저 생겨나고 있다. 은퇴한 예금생활자들로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자금 갈 곳 없어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정기예금 등 은행의 저축성예금은 11조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2월 14조원 증가에서 지난달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4월 들어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연 4~5%대였던 정기예금 금리를 지난달 연 3%대로 떨어뜨리고 최근엔 연 2%대로 낮췄지만 시중자금의 은행 집중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고 은행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무엇보다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모든 금리의 잣대가 되는 한은 기준금리는 14개월째 연 2.0%에 머물고 있다.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본원통화는 2월 현재 66조6000억원.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의 52조원에 비해 28.1%나 늘어난 상태다. 여기에 주식시장 호황을 틈타 빠져나온 돈이 합세하면서 금리 하락을 재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주식형펀드 설정 잔액은 118조1000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4조7000억원 줄었다. 올 들어서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온 돈은 8조원에 이른다. 부동산시장이 침체국면에 빠진 것도 자금이 은행권에서만 맴돌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굳이 영업점장 전결금리 등 가산금리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예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대율 규제 · 은행 오판도 한몫
은행들은 최근 들어 기관 예금은 사실상 사절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기관 예금에 대해선 본점 자금부와 반드시 상의토록 하고 있으며 연 2%대 초반이 아니라면 자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예금을 받아봤자 대출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뭐하러 거액 예금을 받느냐는 것이다.
은행들은 △호황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대출을 쓰지 않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아직 신용위험이 있어 대출하기가 마땅치 않고 △주택담보대출도 부동산시장 침체에 금융당국의 규제로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덩치가 큰 4개 은행은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207조3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207조원으로 3000억원 줄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 1분기 동안 중기대출이 4000억원 줄었다.
은행 예금 금리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떨어진 것은 은행의 잘못된 판단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경제가 회복되면서 올 들어 전체적으로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해 말 예측했다. 이에 기초해 연초 공격적으로 예금을 끌어들였다.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 도입방침을 발표하면서 연초 예금액을 서둘러 늘린 것도 최근 은행이 '배짱'을 부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예대율이란 예금액 이상으로 대출을 해주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로 2014년부터 시행된다. 올 들어 두 달간 은행이 정기예금으로 예치한 금액은 38조원에 이른다.
◆저금리시대 명암
통계청이 공표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연 3.0%라 치면 실질금리(예금금리-소비자물가상승률)는 0.7%에 불과하다. 1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둬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제 늘어난 돈은 연간 70만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국제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실제 국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두 달 새 20%가량 뛰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상반기엔 2.8%,하반기엔 3.2%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소의 전망대로 물가가 오르고 정기예금 금리는 가만 있는다고 가정하면 하반기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금리하락이 모든 경제주체들에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나 금융부채가 많은 기업 입장에선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855조원(소규모 기업 합산)인데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이자부담은 연간 8조5500억원이나 줄어든다.
기업들은 금리 하락기를 틈타 회사채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달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4조4800억원으로 2월에 비해 9% 늘었다.
지난주 회사채 발행규모는 1조5000억원을 웃돌았고 이번 주에도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물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회사채금리(AA-급 기준)는 2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연 5.2%대였지만 최근엔 연 4.6%까지 하락했다.
박준동/정재형 기자 jdpower@hankyung.com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뚝 떨어지면서 물가상승률(지난달 2.3%)을 뺀 실질금리는 0.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더 떨어지고 국제원유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가 오른다면 실질금리가 제로(0)상태에 접어들 가능성마저 생겨나고 있다. 은퇴한 예금생활자들로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자금 갈 곳 없어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정기예금 등 은행의 저축성예금은 11조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2월 14조원 증가에서 지난달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4월 들어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연 4~5%대였던 정기예금 금리를 지난달 연 3%대로 떨어뜨리고 최근엔 연 2%대로 낮췄지만 시중자금의 은행 집중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고 은행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무엇보다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모든 금리의 잣대가 되는 한은 기준금리는 14개월째 연 2.0%에 머물고 있다.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본원통화는 2월 현재 66조6000억원.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의 52조원에 비해 28.1%나 늘어난 상태다. 여기에 주식시장 호황을 틈타 빠져나온 돈이 합세하면서 금리 하락을 재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주식형펀드 설정 잔액은 118조1000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4조7000억원 줄었다. 올 들어서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온 돈은 8조원에 이른다. 부동산시장이 침체국면에 빠진 것도 자금이 은행권에서만 맴돌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굳이 영업점장 전결금리 등 가산금리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예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대율 규제 · 은행 오판도 한몫
은행들은 최근 들어 기관 예금은 사실상 사절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기관 예금에 대해선 본점 자금부와 반드시 상의토록 하고 있으며 연 2%대 초반이 아니라면 자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예금을 받아봤자 대출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뭐하러 거액 예금을 받느냐는 것이다.
은행들은 △호황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대출을 쓰지 않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아직 신용위험이 있어 대출하기가 마땅치 않고 △주택담보대출도 부동산시장 침체에 금융당국의 규제로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덩치가 큰 4개 은행은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207조3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207조원으로 3000억원 줄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 1분기 동안 중기대출이 4000억원 줄었다.
은행 예금 금리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떨어진 것은 은행의 잘못된 판단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경제가 회복되면서 올 들어 전체적으로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해 말 예측했다. 이에 기초해 연초 공격적으로 예금을 끌어들였다.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 도입방침을 발표하면서 연초 예금액을 서둘러 늘린 것도 최근 은행이 '배짱'을 부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예대율이란 예금액 이상으로 대출을 해주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로 2014년부터 시행된다. 올 들어 두 달간 은행이 정기예금으로 예치한 금액은 38조원에 이른다.
◆저금리시대 명암
통계청이 공표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연 3.0%라 치면 실질금리(예금금리-소비자물가상승률)는 0.7%에 불과하다. 1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둬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제 늘어난 돈은 연간 70만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국제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실제 국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두 달 새 20%가량 뛰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상반기엔 2.8%,하반기엔 3.2%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소의 전망대로 물가가 오르고 정기예금 금리는 가만 있는다고 가정하면 하반기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금리하락이 모든 경제주체들에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나 금융부채가 많은 기업 입장에선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855조원(소규모 기업 합산)인데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이자부담은 연간 8조5500억원이나 줄어든다.
기업들은 금리 하락기를 틈타 회사채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달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4조4800억원으로 2월에 비해 9% 늘었다.
지난주 회사채 발행규모는 1조5000억원을 웃돌았고 이번 주에도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물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회사채금리(AA-급 기준)는 2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연 5.2%대였지만 최근엔 연 4.6%까지 하락했다.
박준동/정재형 기자 jdpower@hankyung.com